▲ 삼성전자가 최근 독립 PC사업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2일 공개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 전용 웹 브라우저.<제공=삼성전자>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가 성장정체로 발을 뺐던 PC사업에 독립 사업팀을 신설해 다시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무선사업부로 흡수·통합된 지 3년만으로, 사양 사업으로 여겨지는 PC사업에 재진출 하는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 PC시장 성장 정체에 시들했던 삼성전자 PC사업

PC시장의 성장은 OS 업그레이드, 콘텐츠 및 게임 산업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새로운 윈도우를 구동 시킨다던가 고성능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 및 콘텐츠가 출시됨에 따라 이를 활용하고 즐기기 위해 PC의 교체수요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고사양의 PC를 요구하는 게임은 출시되지 않았고, 콘텐츠 소비는 휴대성을 강조한 모바일 및 태블릿 PC에서 급증했다. 또 사무용으로 사용되는 컴퓨터도 어느 정도 성능만 되면 최신OS의 교체 없이 문서작업 등이 가능하다.

이에 지난 2012년부터 글로벌 PC출하량은 꾸준히 감소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년대비 글로벌 PC출하량은 지난 2012년 3.2%, 2013년 10%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1%로 살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 3분기 또다시 10%대의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또한 지난 2011년 PC 1,430만대를 출하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그 다음해 PC사업을 담당하던 IT솔루션사업부를 해체하고 관련인력들을 무선사업부로 흡수시키며 태블릿 PC로 급격히 전환했다.

앞서 지난 2013년 말 신종균 삼성전자 (당시 IM담당)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태블릿 PC 출하량이 늘면서 올해 4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태블릿 분야에서도 20% 이상 성장해 앞으로 태블릿 시장에서도 1위를 기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부활한 PC사업부, VR(가상현실)산업 가능성에 대비한 움직임?

하지만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내 ‘PC사업팀’이 신설됐다. 2012년 이후 3년만으로, IM 부문에 흡수됐던 관련 인력들을 다시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PC사업 부활은 향후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사업의 발전과정에서 고성능 컴퓨터 수요증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VR기기는 헤드셋 형태의 디스플레이 장비로, 머리의 움직임만으로도 360도 전방위 영상을 볼 수 있다. 특히 VR은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등 각종 콘텐츠를 가상현실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VR 시장은 오는 2030년께 1조4,000억달러 규모를 넘길 것을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VR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VR와의 협업으로 기어VR를 출시했다. 또 최근엔 삼성벤처투자가 컴캐스트·HTC 등과 함께 VR 콘텐츠 제작벤처기업인 미국 '바오밥 스튜디오'에 6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기기에서 콘텐츠까지, VR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구상하는 VR시장에는 한 가지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 이미 자신들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 전용으로 삼성 VR을 출시했지만, 해상도 문제 등으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는 것.

즉, 가상현실 영상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4K또는 8K의 해상도가 필요한데, 현재 QHD(2560×1440)해상도까지 지원하는 스마트폰에선 격자 및 도트가 보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해상도를 증가시킴으로써 해결될 문제라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단기간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PC의 경우 고성능 그래픽카드 및 CPU를 활용함으로써 제대로 된 VR 콘텐츠의 지원이 가능하다. 이에 업계에선 고사양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PC가 VR시장 발전의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이 휴대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전자 사업 내에서의 수익 다변화 및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란 해석도 나온다.

동부증권 유의형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 신설, 삼성SDS 조직개편, 독립 PC사업부 신설 등은 향후 도래할 IoT 환경에서의 연결성을 높이고 솔루션을 통합하는 등 가능성 있는 사업들을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의 움직임”이라며 “보수적인 IT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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