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이 금융위 기자실에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가계부채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정부가 ‘빨간불’이 켜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대응방안을 내놨다. 지난 7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기 위한 ‘종합대책’의 세부사항을 확정지은 것으로, 핵심을 추리면 대출심사를 강화해 위험수위까지 오르고 있는 가계부채를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적용이 총선 이후로 미뤄지는 등 시점이 좋지 않고, 예외조항 역시 많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 1,200조 시한폭탄… 관리방안 통할까?

14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향 및 은행권 여신(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은 △주택담보대출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신심사를 ‘담보’ 위주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일시상환·변동금리에서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두고 벌써부터 논란과 잡음이 적지 않다.

일단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인 ‘집단대출’ 등 예외조항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대책에는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이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위는 집단대출까지 억제할 경우 자칫 신규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예외를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단대출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어 온 핵심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 올 들어 9월까지 은행권의 집단대출은 104조6,000억원으로, 주택거래량의 41.7%에 달했다. 집단대출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임에도 금융당국이 너무 안일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외 조항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대책에는 주택구입 외에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이 빠져있다. 물론 심사과정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부채 총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올해 1,200조원으로 추산되는 가계빚을 실질적으로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1166조에 달한 가계부채는 올 연말 12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특히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계속 유지키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에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주요국보다 높은 DTI(총부채상환비율) 상한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14일 DTI 관련 한국개발연구원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측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는 DTI가 최대 70%까지 가능하지만 OECD국가는 평균 30%”라면서 “LTV, DTI 규제를 유지하면서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건 가계부채 개혁 효과를 반감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책(가이드라인) 적용시점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금융위는 이번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수도권은 2월, 비수도권은 5월부터 각각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초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관련 소득심사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비수도권의 경우, 전산작업 등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표면적 설명이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4월 13일)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신용(부채)은 1,166조원으로 연말까지 1,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계산하면 국민 1인당 평균 2,300만원 수준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한국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벌써부터 저금리와 규제완화를 업고 활황을 누려온 부동산 시장에서도 최근 미분양 등 이상 조짐이 나오고 있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여부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국내 시중금리 인상 요인이 생기고 이에 따라 서민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안팎 사정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과연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았다는 가이드라인(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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