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7일 모교인 고려대 생활도서관에서 학생들과 1대1 면담 시간을 갖고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스스로를 ‘취준생 아빠’라고 소개했다. 30대 중반의 아들의 둔 그는 “제 아들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면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사실 정세균 의원도 아들의 답답한 속사정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자존심이 강한 데다 평소에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아들이라 “이력서를 100통 넘게 접수하고도 면접은 몇 번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했다. 정계입문 20년차 5선의 고참 의원도 가정에선 영락없는 아버지였다.

◇ ‘청년세법’ 발의한 이유 “청년 실업은 국가 재난”

정세균 의원의 폭탄 고백은 아들의 ‘무직’으로 시작됐다.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아버지로서 또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그가 ‘청년세법’을 발의한 배경이다. 청년세법의 핵심은 ‘청년세’라는 목적세를 신설해 법인세 납부의무 법인을 대상으로 과세표준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를 청년세로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자는 게 정세균 의원의 제안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7일 고려대 생활도서관에서 정세균 의원과 1대1 면담을 신청한 학생들은 청년세법에 대한 질의를 쏟아냈다. 기업의 반대를 우려한 것. 이에 정세균 의원은 “청년 실업 문제는 국가 재난으로 보고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정세균 의원은 “기업 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청년 일자리 신설에 힘써야 한다”면서 “안전·보건복지·신재생 분야 등 필요한 부분에서부터 공무원 자리를 늘려가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인원을 축소해가는 사회적 흐름과 다른 발언에 학생들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정세균 의원은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원래 국회의원들은 ‘표’ 떨어질 수 있는 얘기를 안 한다. 하지만 지금은 ‘표’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라면서 “국민들이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다고 판단하면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설득할 좋은 법안들을 내놔야한다”고 말했다.

▲ 정세균 의원은 종로구 내 17개동 곳곳에서 의정보고회를 열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청취, 해결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에 지역 주민들도 박수로 호응을 보냈다. <사진=소미연 기자>
◇ “인기 아직… 경제전문가의 진가 알아줄 날 올 것”

학생들은 다시 물었다. 바로 정세균 의원의 차기 대권 도전 여부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에 재선을 성공하면 대선 도전을 시사했던 터. 그의 두 번째 폭탄 고백은 여기서 나왔다. 정세균 의원은 “국민들에게 인기가 아직 좋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낙담하진 않았다. ‘저평가 우량주’, ‘경제통’ 등 본인의 수식어를 소개하며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오지 않겠나. 그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답해 환호를 받았다.

실제 정세균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한 경제전문가로 유명하다.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한 그는 1995년까지 17년을 재직하면서 상무이사까지 올랐다. 특히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주재원 시절엔 뉴욕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데 이어 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실물경제에 밝아 참여정부 시절엔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당의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경제 정책 수립에 힘쓰고 있다. 바쁜 일상이지만 지금도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3번 원어민 강사와 전화통화한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세균 의원을 만난 학생들은 면담 프로그램 ‘휴:먼 라이브러리’ 취지와 맞게 “정치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정세균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정세균 의원을 만나기 위해 직접 참가 신청을 낸 조모 씨는 “청년문제에 대한 고민이 진실되게 느껴졌다”면서 “우리 아버지, 학교 선배 같이 따뜻한 조언을 해줘서 고마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리를 함께 한 황모 씨도 “정치인에 관심이 없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 동네까지 찾아가는 의정보고회 내년 초 100회 돌파

정세균 의원의 ‘청년사랑’은 지역구 의정보고회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종로구 부암동의 한 가정집에서 79번째 ‘찾아가는’ 의정보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의원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20명 남짓 모인 지역 주민들은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정세균 의원은 79번째 의정보고회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지만 주민들과 소통하는 일에 게을리 하면 안 된다”면서 “지난 4년동안 지역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정세균 의원은 청년 문제에 몰두하면서도 지역 내 현안 해결에도 힘써왔다. 지하철 신분당선 추진 현황을 설명하던 그는 ▲창신·숭인 ‘쫓겨나는 뉴타운’ 지구지정 해제 ▲돈의동 쪽방촌 개선사업 확정 ▲국립의료원 터에 시립병원 건립 확정 ▲무악 제2경로당 신축 ▲상명부고·명신초 특별교실 및 경신중고 급식시설 개선 ▲종로구 청소년수련관 건립 추진 ▲평창·부암동 아트밸리 사업 추진 ▲축구·배드민턴·탁구 전용구장 확보 ▲올림픽국민생활관 리모델링 등 그간의 공약 수행 내용을 보고했다.

정세균 의원의 설명에 귀 기울이던 지역 주민들은 “애쓰셨다”며 박수로 호응을 보냈다. 하지만 지역의 세세한 민원들은 여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정세균 의원이 지역구 내 17개동 곳곳에서 의정보고회를 여는 것도 바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공약 수행 내용을 보고한 뒤에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청취했다. 이날도 그랬다. 10대에 시집와 50년 이상을 부암동에서 살아온 A씨는 “말을 잘 못한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고, 이에 정세균 의원은 “저보다 말씀을 잘 하고 계신다”고 답하며 A씨의 민원을 자신의 수첩에 받아 적었다. A씨의 민원을 시작으로 자리에 함께 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 신청은 계속됐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의정보고회는 끝이 났다. 하지만 정세균 의원의 발길은 부암동에 머물렀다. 동네 주변을 돌아보며 이날 접수된 민원들을 다시 확인했다. 피곤할 만한 데도 정세균 의원은 “재밌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일인 만큼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면서 “지난 4년간 지역을 수없이 돌아다녔다. 이제 지역 사정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다”고 자신했다. 정세균 의원은 내년 1월13일까지 의정보고회 100회를 돌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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