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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자회사 KNL물류의 위장도급, 법원서 ‘철퇴’
빙그레 자회사 KNL물류의 위장도급, 법원서 ‘철퇴’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5.12.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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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위장도급과 부당해고 등으로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빙그레 자회사 KNL물류가 결국 법원에서 철퇴를 맞았다. KNL물류가 ‘불법적인 판단’이라며 무시했던 노동지청의 판단을 법원이 모두 인정한 것이다. KNL물류는 물론 그동안 만연했던 악질적인 위장도급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 빗속에서 집회 중인 KNL물류 해고노동자.
◇ 당당했던 KNL물류, 법원도 위장도급 인정

지난 10일, 서울북부지법 제12민사부는 KNL물류 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이 KNL물류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해고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청에 재하청 형태로 일했던 해고노동자들이 KNL물류 소속임을 인정하며 이른바 ‘위장도급’ 꼼수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빙그레로 입사했던 노동자들은 물류 자회사인 KNL물류와 KNL물류의 하청업체로 점점 밀려났다. 그리고 하청업체가 또 다시 재하청을 추진하는데 반발했다가 도급만료 형태로 계약만료, 즉 해고됐다.

이에 이들은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등을 지적하며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년을 훌쩍 넘어 지난 6월 나온 노동지청의 판단은 ‘해고노동자들은 KNL물류 소속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고노동자 측은 이러한 노동지청 판단을 바탕으로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KNL물류 측은 “성남지청의 판단은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대외적 법적 구속력이 없는 불법적 판단이므로 이러한 판단에 기초한 교섭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다소 충격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또한 KNL물류 측은 “하청 직원과 KNL물류의 근로관계 인정 여부는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르게 될 것이고, 최종판결 때까지 어떠한 교섭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신만만했던 답변과 달리 KNL물류는 법원에서 철퇴를 맞고 말았다.

◇ “위장도급에 대한 실효적 제재 필요”

이번 판결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KNL물류의 갈등이 전형적인 ‘위장도급’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위장도급은 쉽게 말해 ‘유령·바지회사’를 중간에 두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각종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해당 해고노동자들이 하청업체(소사장업체) 소속이라는 KNL물류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청업체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노동지청의 판단과 일치하는 판단이었다.

이러한 ‘위장도급’은 KNL물류 뿐 아니라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다. 노동자를 사용만하고, 뒤따르는 책임은 최대한 회피하려는 악질적인 꼼수다. 위장도급을 통해 회사가 회피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각종 안전 문제는 물론 고용보장 등 노동자의 권리가 포함된다. 대기업들의 사내하청 문제도 여기에 포함되고, 특히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노동자들이 속절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조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위장도급은 오너일가를 위한 또 다른 꼼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때 빙그레로부터 받은 일감이 전체의 90%를 넘기도 했던 KNL물류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곳이다.

▲ 빗속에서 집회 중인 KNL물류 해고노동자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고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해고된 뒤 1년 반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돼왔다. 만약 KNL물류 측이 항소를 하고, 대법원까지 끌고 간다면 그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싸움을 포기하기 십상이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시간만 끌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이에 이러한 ‘나 몰라라’식 불법 행태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측은 “위장도급 중 묵시적 근로관계는 불법파견보다 더 직접적인 근로관계 성립을 인정하는 판정이다. 하지만 법률로 정해진 처벌 또는 이행강제 조항이 없어, 법적 형평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며 “노동부의 위장도급 판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이 있기까지 해고된 노동자들은 2년 가까이 어떠한 구제조치도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 위장도급 사업장에 대한 처벌·강제이행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사위크>는 이번 판결에 대한 KNL물류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닿을 수 없었다. 정찬무 조직국장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사측과 조만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