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으로 올려 사회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회고록’ 작성 지시 등으로 퇴직 강요 및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사진='2015년 두산인프라코어' 홍보영상 캡처>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20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으로 올려 사회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퇴직을 압박하기 위해 ‘회고록’을 작성토록 강요하는 등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1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인프라코어지회 등 관계자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희망퇴직을 거부한 기술직 직원 21명을 대상으로 대기발령을 내린 뒤, 매일 A4용지 5장 분량의 ‘회고록’을 쓰도록 하면서 사실상 퇴직을 강요했다. 이름만 ‘회고록’일 뿐, 사실상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반성문인 셈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회고록 쓰기는 명상하기, 스트레스 관리, 건강관리 등 하루 일과 프로그램들 중 하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 노조 측 “대기발령자 21명, 정확한 사유조차 듣지 못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의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사 내부에서는 임신 3개월 여성, 출산휴가 2달 전 여성, 사내 부부 중 여성, 결혼 3주차 사원 등이 희망퇴직을 권고 받았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에 대해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두산인프라코어가 앞서 지난달 희망퇴직을 거부한 기술직 직원 21명을 이달 7일 대기발령하고, 매일 A4용지 5장 분량으로 회고록을 작성하게 하고, 2시간씩 명상하게 하는 등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커지고 있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대기발령자에게 매일 오전 8시까지 출근해 휴대전화를 반납한 채 교육을 받도록 하면서 ▲휴대전화 수거 불응 ▲잦은 용변으로 화장실 이용 ▲시간 못 지킴 ▲잡담, 자리 비우기, 지시 불이행 등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행하면 경고장을 받게 했다. 특히 경고장을 3장 받게 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조 측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해당 대기발령자들에 대해 회사를 출입할 수 없게끔 출입증까지 사용정지시켜 놓은 상태로 알려져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두산그룹의 모든 교육에선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교육이 끝난 뒤 찾아가도록 한다며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16일 오후부터는 개인 소지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대기발령 기준에 대해 따져묻는 대기발령자들에게 ▲그룹정책에 융화되지 못한 자 ▲역량평가 제도 하등급 ▲몸이 아픈 자 따위의 불명확한 선정기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도 안되는 사유를 들어 사실상 퇴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노조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대기발령자 선정 기준조차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사유도 없이 21명은 대기발령을 통보받았다. 이 가운데 12명이 금속노조 전현직 간부를 지낸 이력이 있어 노조 측에서는 노조에 대한 탄압으로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대해서도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중 20대는 3명, 30대가 5명, 40대 6명, 50대 이상은 7명으로 전해졌다. 20대 및 신입사원들에게까지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사회적인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1~2년차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애초 희망퇴직 접수를 신청한 1~2년차 신입사원은 28명으로 총원 88명 중 31.8%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전 사무직 사원을 대상으로 또 한 차례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이는 사무직 정원 3,000명을 대상으로 40%가량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세 차례의 희망퇴직 접수를 통해 올해 800여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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