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면서 당내 분열 사태를 수습하는 동시에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일단은 합격점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영입 1호’로 소개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4일 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이후 첫 성과다. 표창원 전 교수의 입당식은 27일 하루 종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덕분에 같은 날 20분 일찍 기자회견을 열었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소위 물을 먹고 말았다. 당 소속 의원들의 잇단 탈당과 비주류의 사퇴 압박으로 벼랑 끝에 섰던 문재인 대표가 새로운 활로를 찾는 동시에 본격적인 ‘세불리기’에 나섰다.

◇ 인재 영입 속도전으로 ‘분열 사태’ 수습

사실 문재인 대표는 내년 총선 출마자를 영입하기 위해 오랜 시간 직접 발로 뛰어왔다. 단적인 사례가 정찬모 전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의 영입이다. 성탄절 연휴 기간 경남 양산에 머무르던 문재인 대표는 지난 26일 직접 차를 몰고 정찬모 전 위원장의 울산 시골집을 찾았다. 이에 정찬모 전 위원장도 “많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결국 문재인 대표는 정찬모 전 위원장의 입당 수락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왔다”고 자부한 정찬모 전 위원장도 문재인 대표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입당식은 표창원 전 교수가 먼저 치렀다. 다음날인 27일 문재인 대표는 표창원 전 교수의 입당식을 열고 “앞으로 중도로 확장하는 영입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표창원 전 교수의 결심이다.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그는 “와해되고 분열하는 제1 야당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면서 “부족한 제 힘이라도 보태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간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 등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던 표창원 전 교수는 결국 문재인 대표를 택했다.

▲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는 첫 성과물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영입을 알렸다. 이어 연초부터 영입된 인사들을 차례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표의 다음 타깃은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기자들 앞에서도 숨기지 않았다. 장하성 교수를 호남특위 위원장으로 영입할 것인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예”라고 답했다. 광주 출신인 장하성 교수는 안철수 의원의 멘토로 유명하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국민정책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초대 소장을 맡았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옛 민주당과 통합 신당을 만든 뒤 다소 소원해졌다. 그 틈새를 문재인 대표가 파고들었다.

장하성 교수를 다시 한 번 영입하려던 안철수 의원 측은 불쾌한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태규 창당준비실무단장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안철수 의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안철수 의원의 ‘옛 사람들’이 곁을 떠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이태규 단장은 장하성 교수 측의 발언을 인용해 “현실정치에 직접 관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영입 얘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하성 교수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문재인 대표 측의 접촉이나 당직을 맡을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줄 수 없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장하성 교수는 “안철수든 문철수든 제 뜻과 맞다면 정책적인 도움은 줄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장하성 교수의 영입을 둘러싸고 문재인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안철수 “영입 경쟁 시작, 바람직한 일”

실제로도 안철수 의원은 인재 영입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기자들이 들을 수 있는 답변의 전부다. 다만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인재 영입과 관련해 “인재를 귀하게 여기고, 영입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표는 장하성 교수 이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 연구소장 등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철희 소장의 경우 총선기획단장으로 물망에 오른 상태다. 공교롭게도 이철희 소장은 이달 말 그동안 진행했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면 하차한다. 당 안팎에선 문재인 대표가 연초부터 영입된 인사들을 차례로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역시 입당을 수락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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