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늘 그렇듯 다사다난하고 아쉬움 가득한 한해가 저물고 있다. 2015년 우리 경제계는 위기로 시작해 위기로 끝나는, ‘위기의 긴 터널’에 머물렀다. 특히 조선, 철강, 자동차 업계는 거센 파도에 맞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조선·철강·자동차 업계의 2015년을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고, 다가올 2016년을 전망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자동차업계다.

 

▲ 2015년 국내 자동차업계를 정리해본다.

◇ 가속 제대로 붙었다 - Imported car: 수입차

 

한때 ‘절대적 부’를 상징했던 수입차. 보는 것만으로 신기함 뿐 아니라 경외심마저 들게 만들었던 수입차. 그러나 2015년의 수입차는 확연히 달라졌다. 특별함 대신 친숙함을 부담감 대신 효율성과 개성을 장착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판매량과 함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15년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웠다.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 20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한국수입차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입차 누적 등록대수는 21만9,534대를 기록했다. 12월 판매량까지 더해지면 23만대를 가볍게 넘길 전망이다. 2005년 3만여대에 그쳤던 것이 10여년 만에 무려 7배 이상 성장한, 실로 엄청난 성장세다.

특히 수입차 시장은 사상 최악의 악재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9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긴 이른바 ‘폭스바겐 사태’다. 배출가스를 조작해 당국과 소비자를 모두 속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 유명 브랜드 10여개가 속한 폭스바겐 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시가총액 수십조가 순식간에 증발했고, 무거운 과징금이 내려졌으며, 전 세계 곳곳에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사상 최대, 최악의 스캔들이자 위기다.

폭스바겐 사태는 국내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월, 폭스바겐은 월간 판매량이 1,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며 4위 자리조차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11월엔 곧장 반전이 일어났다. 4,517대를 판매하며 1위 자리를 쟁취했다. 이는 역대 최다 월간 판매량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케팅은 물론 소비심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지만,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가 지닌 위상과 입지를 재차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수입차 고공행진이 단순히 우리 사회 및 경제 발전과 시장 개방에 따른 것은 아니다. 과거엔 일부 고급차에 한정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브랜드와 차종으로 시장이 한층 다양화됐다. 이에 따라 개성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수입차를 구입하는 고객도 상당히 늘었다.

물론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 시설 확충이다.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서비스센터는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수리비용과 수리의 불편함이 꼽힌다. 이를 악용한 ‘보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 2015년을 장식한 신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5, 임팔라, 스파크, 티볼리.

◇ 처음 뵙겠습니다 - New: 신차

 

2015년엔 말 그대로 신차가 쏟아졌다. 티볼리, 임팔라, 제네시스 EQ900 등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고, K5, 아반떼, 스파크, 스포티지, 투싼 크루즈 등 기존 베스트셀링 모델의 새로운 버전까지 가세했다. 수입차 역시 신차 출시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신차 효과는 달콤했다. 출시 전부터 주목받은 티볼리는 대성공을 거두며 쌍용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1까지 국내에서만 4만여대가 팔렸고, 수출도 1만7,000대나 기록했다. 출시 첫해 연간 판매량이 6만대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쌍용차는 티볼리 효과 덕에 흑자전환과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앞두고 있다.

임팔라, EQ900은 사전계약 단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긴 대기 줄을 만들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임팔라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고, EQ900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4,342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시 태어난 모델들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2개의 얼굴로 돌아온 K5, ‘1,000만대 클럽’ 아반떼, 경차계 강자 스파크 모두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기존의 명성과 입지가 부담으로 작용할 법도 했지만 잘 이겨냈다.

이처럼 신차가 쏟아진 올해, 다소 잠잠했던 곳도 있다.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부분변경 모델과 SM7 LPG모델 정도만 내놓았을 뿐 신차 공략엔 나서지 않았다. 수출용인 ‘닛산 로그’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전체 생산은 늘었지만, 내수시장에선 ‘꼴찌’ 자리를 예약 중이다. 특히 티볼리 효과를 톡톡히 본 쌍용차에 밀렸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물론 내년은 다를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이미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탈리스만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며, 총 3~4대의 신차를 선보일 방침이다.

 

▲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무대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현대차의 새로운 기원 될까 - Genesis: 제네시스

 

대부분의 산업,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자동차업계와 현대차 역시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고급화 브랜드 ‘제네시스’가 그것이다.

독일,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게 출발선에 섰던 현대차는 그간 기적 같은 발전을 이뤘다. 현대차의 해외시장 도전은 맨 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지만, 이제는 해외판매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쌓는 건 불가능했다. 저렴하고 잘 만든 차로 승부해야 했고, 고급차 부문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기술과 디자인,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굳어져버린 현대차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는 것보단 오히려 수월할 수 있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즉,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은 곧 자신감의 발로이다. ‘인지도’에 기대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가졌다고 판단했기에 새로운 도전이 가능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위기의 현재를 희망의 미래로 이어주는 다리가 될 것이며, 후계자 정의선 시대의 ‘창세기’가 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산업의 부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물론 ‘성공했을 때’를 전제로 말이다.

출발은 좋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 EQ900은 확실히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2015년이 현대차, 그리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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