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브랜드전략고문 출신 노희영 대표, 지치지 않는 열정
전경련 빌딩에 외식브랜드 철학 녹여낸 ‘더 스카이팜’ 론칭 눈길

▲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50층 반상형 레스토랑 ‘사대부집 곳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변화가 두려웠다면 사표는 절대 못 썼을 것이다.” CJ그룹의 브랜드전략 고문으로 그룹 내 외식‧문화 사업을 진두지휘하다 지난해 9월 사표를 내고 새롭게 출발 한 노희영 YG푸즈 대표는 여전히 거침없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온 성격답게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초연한 모습이었다. 

노 대표는 오리온과 CJ그룹 등 식품 대기업에서 ‘마켓오’ ‘호면당’ ‘비비고’ ‘계절밥상’ 등 외식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며 유명세를 떨치다 지난해 CJ그룹을 나왔다. 퇴사 직전, 그는 오너의 최측근이란 따가운 시선과 함께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런 구설수를 뒤로 하고 회사를 떠난 노 대표는 퇴사 후 ‘주춤’할 것이란 세간의 편견을 깨고 거침없이 질주했다. 브랜드 컨셉터로서 KFC 신제품 ‘마이징거버거’를 내놓는가 하면 아워홈의 인천공항 식음료 코너인 푸드엠파이어 컨설팅에도 참여했다. 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손잡고 YG푸즈를 설립, 지난 6월 프리미엄 돼지고기 전문점인 삼거리푸줏간을 홍대에서 오픈했다.

그리고 지난 23일에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50층에 자신의 브랜드 컨설팅 노하우와 철학이 집약된 팜투테이블 다이닝플렉스 ‘더 스카이팜’을 오픈했다. 이처럼 노 대표는 지난 1년간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지난 29일 <시사위크>는 야심차게 오픈한 전경련 50층 '더 스카이팜'에서 노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자신이 총괄 기획한 반상형 레스토랑 ‘사대부집 곳간’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 지난해 CJ그룹에서 나온 뒤에도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에 영입돼 YG푸즈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소감은 어떤가. 
“YG푸즈에선 ‘내 사업을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다. YG엔터의 자회사이지만, 설립 당시 나도 자금을 투자했기에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오리온과 CJ에서 보스를 모시면서 일할 때하고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외식사업을 하는 게 아직은 익숙하진 않다. ‘한류 컨텐츠’와 ‘푸드’의 결합 차원에서 매력적일 수 있으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반대로 CJ는 설탕 만드는 회사가 문화사업을 한 케이스가 아닌가. 식품회사인 CJ가 엔터 및 문화 사업을 키워 지금의 성장을 이뤘듯이, YG도 엔터로 시작했지만 푸드사업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음식이나 엔터나 모두 문화사업의 카테고리에서 봐야 한다.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자신이 총괄 기획한 반상형 레스토랑 ‘사대부집 곳간’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 대기업 식품사업을 진두지휘 할 때와는 업무적으로 차이를 느낄 것 같은데, 장단점이라고 할 만한 게 있나.
“그런 것은 없다. 회사의 규모가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내 일’을 하는 사람이다. CJ 등 대기업에 있을 때와 똑같은 싸이클로 엔터테인먼트, 방송과 먹거리를 넘나들면서 일하고 있다. 다만 오히려 대기업이 나랑 안 맞았을 수도 있겠다. 나는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결제 라인 같은 것도 잘 모른다. 위에 보스(오너) 하고만 커뮤니케이션 하지, 모든 걸 내가 결정하고 추진한다. YG에서도 양현석 회장과 양민석 대표 정도하고만 협의하면 된다. 이것을 좋게 보면 ‘내 일은 내 책임 아래서만 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조직 내에서 서열을 무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 임원들은 내가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 그런 부분 때문에 노 대표를 둘러싼 따가운 시선들도 많다. 오너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데다, 절차 없이 직접 보고가 이뤄지다보니 ‘최측근 세력이다’ ‘오너일가 힘을 믿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등의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이다. 물론 오리온 이화경 부회장이나 CJ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등이 나를 믿어주고 다양한 기회를 준 부분은 감사한 일이다. 그런 배려가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브랜드나 컨텐츠 등을 만들어내진 못했을 것이다.”

- CJ를 떠나온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나.
“CJ를 떠나와서 나쁜 것도 없고, 너무 좋은 것도 없다. 난 ‘현실 순응형’이다. 거기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일했고,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련 없이 사표내고 나왔다. 지금은 주어진 일에 충실할 뿐이다.”

- 기업에 있을 때 런칭한 브랜드 중에 지금 아쉬운 브랜드는 없나.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한식 뷔페 ‘계절밥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난 계절밥상을 이렇게 ‘확산형 모델’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농가로부터 식재료를 직접 공급받아 농업 경제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계절밥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점포가 늘어나고,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들까지 신규로 우후죽순 생기면서 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 노희영 YG푸즈 대표.
- 신선한 식재료와 농업과의 상생 모델에 대한 관심을 표출해왔다. 전경련 51층에 가든팜 공간을 조성한 것도 그런 철학이 담긴 건가. 
“그렇다. 직접 재배한 건강한 식재료를 외식 매장에 직접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맨 꼭대기 51층 야외 공간에 식물 재배 공장을 조성했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심어놓은 고추나 토마토, 상추 등의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지만, 4월쯤이 되면 장관을 이룰 것이다. 물론 그곳에서 재배한 작물로 50층 매장 전체 식자재를 다 제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삭막한 도심 생활 속에서 자연이 주는 여유와 건강한 식자재의 중요한 철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 전경련 빌딩에 런칭한 ‘더 스카이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YG랑 동업하고 있지만 나도 하고 싶은 게 있다. 삼거리푸줏간이 ‘양현석 스타일’이라면 ‘스카이팜’은 ‘노희영스타일’이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새로운 식문화를 선도하고 싶은 나만의 철학이 담긴 브랜드다. 한식도 멋지고 세련되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또 누군가의 힘이나 기업의 힘을 받아서 성공한 게 아니라는 걸, 개인의 힘으로도 내 스텝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전경련 건물에 오픈하게 된 특별한 배경이 있나.
“여의도가 ‘대한민국 배꼽’ 아니냐. 한국 지도에서 중간이다. 다시 말해 중심에서 대한민국을 보는 거다. 벽면이 통 유리로 돼 있기 때문에 360도에서 서울을 다 볼 수 있다. 63빌딩보다 전망이 좋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여기에 매장을 런칭하니, 특혜를 준 거 아니냐는 얘기도 하더라. 특혜는 무슨 특혜냐. 여기는 아무도 안 들어오려고 해서 텅텅 비어 있었던 곳이다.”

▲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여의도 전경련 50층에 오픈한 레스토랑 '세상의 모든 아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외식업계 미다스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브랜드를 성공시켰다. 스스로 ‘성공 노하우’는 뭐라고 생각하나.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기본 베이스다. 나는 새로 생기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드라마, 인터넷 이슈 등 모든 것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소비자의 형태를 분석한다. 뭐가 하나 뜬다 싶으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다 찾아본다. 그리고 끊임없이 경험하고 체험한다. 호텔도 한번 묵었던 곳에는 잘 안 묵는다.”

- 앞으로의 외식업계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진단하는가.
“대기업에서 하는 대형 외식 매장은 고전을 할 것이다. 고객들은 점차 대기업에서 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각자 취향에 맞는 소규모 매장을 선택하는 식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오너 셰프들이 하는 매장들은 더욱 각광 받을 것이다. ”

-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YG푸즈에선 펍·삼거리푸줏간·커피 등을 결합한 ‘삼거리 리퍼블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 서울 명동과 여의도 IFC몰에 이 같은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 내년 6월에는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에 ‘삼거리 리퍼블릭’을 런칭할 예정이다.”

- 앞으로 대기업에서 또 다시 일할 계획은 없는가.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선 별 다른 생각이 없다. 그보다는 한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브랜드에 녹여내 수출하는 게 내 최종 목표다. 앞으로 그렇게 10년을 열심히 일한 뒤에 미련 없이 은퇴할 것이다.”

▲ 노희영 YG푸즈 대표가 여의도 전경련 빌딩 50층에 오픈한 연회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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