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렴한 항공료로 해외여행 수요를 높이는데 일등공신인 저가항공사들에 잇따른 안전사고가 발생, 적신호가 켜졌다.<사진=진에어>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저렴한 항공료로 해외여행 수요를 높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저가항공사들이 잇따른 안전사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3일 필리핀 세부를 출발해 부산으로 운항 중 출입문 개폐 문제로 회항한 진에어 항공기에 대해 정비이력과 운항절차 등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계기로 최근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저가항공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 및 규정준수 여부를 일제 점검키로 했다.

◇ 저가항공, 급속성장의 이면… 연이은 안전사고 발생

3일 새벽 1시(현지시각) 필리핀 세부 막단공항을 이륙해 김해공항으로 비행하던 진에어 여객기(LJ038편)에 출입문 굉음이 발생, 이륙한지 20~30분 만에 1만 피트 상공에서 급히 막단공항으로 회항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진에어 측은 해당 소음에 대해 출입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생긴 문제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출입문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틈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토부가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중이다.

진에어 측은 회항 직후 해당 기체를 점검한 결과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으나 승무원들의 최대 근무 가능 시간 등의 문제로 대체 여객기를 투입했다. 승객 163명은 대체기 편으로 예정보다 15시간 가까이 늦은 시간에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게다가 일부 승객들이 두통과 귀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간 저가항공사들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안전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받아 왔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전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 여객기(7C101편)는 비행 중 기내압력조절장치(여압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됐다. 사건 발생 초기 여압장치의 고장이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조사결과 장치에는 이상이 없었고 조종사의 과실 문제에 가능성의 무게가 쏠리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김해공항에서 제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항공기의 기체에 결함이 발견돼 다른 항공기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의 불편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어부산 측은 기존 항공기의 195명이 모두 탈 수 있는 항공기를 찾지 못해 규모가 작은 정원 162명의 항공기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승객 33명은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이밖에 이스타항공 등 저가항공사들도 그간 끊임없이 잇따른 기체결함 및 안전사고로 승객 불안을 초래해왔고, 이는 저가항공의 점유율 확대 및 급속 성장에 따른 그늘로 치부돼왔다.

◇ 외국계 저가항공사들, 소비자불만 및 안전문제도 무시 못해

국내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저가항공사들도 안전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1년 9개월간 항공사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 1,179건을 접수한 결과 외국계 항공사가 748건으로 63.4%를 차지했다. 항공사별로 보면 여객 10만명 당 피해는 필리핀의 에어아시아제스트가 2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엑스가 16.4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달 31일에는 인천발 세부행 에어아시아 항공기(Z29047편)가 기체결함으로 지연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다. 당시 에어아시아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의 부품을 공수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승객들과 약속한 출발(이륙)시간을 지키지 못했고, 이로 인해 180여명에 달하는 승객들은 새해 첫 날을 공항 인근 숙박업소에서 맞이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저가항공사의 경우 정비시설 미비와 인력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또한 기체나 엔진 관련 부품이나 중대한 결함 등을 대부분 해외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저가항공사의 항공안전장애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저가항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 및 규정준수 여부를 일제 점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점검결과를 토대로 진에어를 비롯한 에어부산,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화물 수송 전문) 등 저가항공사에 대한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출입문 틈 문제로 회항한 진에어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당사건의 경우) 항공기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고 조종사 측 과실도 아니었다”면서 “오히려 조종사는 빠른 판단으로 기내 여압의 이상을 알아채고 회항을 결정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국토부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항공기 노후화나 정비 문제도 아니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고 모든 관리를 대한항공 수준과 똑같이 하고 있다. 정비시설 미비나 정비인력 부족, 부품 부족 등은 진에어와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알려진 바와 달리) 기내 안내방송도 진행했고, 기내방송을 듣지 못한 승객들을 위해 개별안내도 했다. 문 절단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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