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MBC ‘100분토론’에 출연, 시민논객의 날카로운 질문에 “사상검증”이라며 말을 빙빙 돌려 빈축을 사고 있다. 

국민(유권자)이 알아야 할 객관적인 질문을 시민논객이 던졌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으로 판단한 뒤 결국 ‘유보’ 입장을 밝혀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은 새누리당에게 비리혐의 등 문제가 있을 경우 논평이나 성명 등을 통해 ‘명확한 답변’을 끝없이 요구해왔다.
 
결과적으로 향후 이상규가 국회의원이 된 뒤 국회 청문회 같은 자리에서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경우, 상대방은 이상규에게 만큼은 “유보하겠다”고 답할 확률이 높다는 게 누리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 정당의 지붕 아래 두개의 비대위가 존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모색했는데, 이상규 당선자는 '구(舊) 당권파'를 대표해 출연했다.
 
이상규가 23일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로 등극한 까닭은 이날 토론의 후반부에서 한 시민논객이 이 당선자를 향해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많은 국민이 종북주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는데 이에 대해 이 당선자가 말을 빙빙 돌리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기 때문.
 
이상규는 "종북이라는 말이 출몰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며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북한을 가본 느낌은 회색빛이었다. 콘크리트가 색깔이 없어 회색빛이었는데 이런 광경이 충격적이었다. 술의 경우에도 병뚜껑 기술이 정교하지 못해 기울이면 샌다"며 "있는 그대로 북한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시민논객은 "말을 돌리고 있다.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며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 유권자로서 당연한 권리라 생각하고 전 국민이 궁금해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했으면 진중권 교수도 "국회의원이라면 유권자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유권자 앞에서 양심의 자유를 말할 수 없다. 그것을 지키고 싶으면 공직에 나오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시민논객과 진 교수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는 "이런 질문 자체가 사상 검증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적 관계로 끌고 갈 것인지 악화된 상황으로 갈 것인지 이분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답하며 끝까지 북한 인권, 북핵, 3대 세습 등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이날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들은 이 당선자에게 속시원한 질문을 했던 시민논객에 대해 힘이 좋고 돌처럼 강한 직구를 의미하는 합성어 돌직구녀를 대입해 "돌직구녀"라고 치켜세우며 "잘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 끝까지 함구했던 이 당선자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들은 “지금 누구(이석기, 김재연, 이상규) 때문에 진보진영이 이렇게 붕괴되는데 나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것이냐?” “토론회를 왜 나왔나? 나 북한 매니아라고 자랑하러 나왔냐?” “종북주의도 좋지만 나 종북주의라고 왜 말 못하냐?” “저런 비겁한 사람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다니 통탄스럽다” “북한은 좋겠네. 자신들 편이 국회에 들어갔으니” “검찰은 수사 안하니?” “이상규, 앞으로 국회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질문하지 말고 남에 대해 비판하지 마라” 등의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상규에 대한 마녀사냥이다” “통합진보당 흠집내기” “진보에 대한 공격이 위험수위다” “북한하고 이상규하고 무슨 상관이냐?” 등의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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