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일러스트=권혜정>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늘 덤띰은(점심은) 오리지날 쌀국수”, “덤띰도 딸국뚜(점심도 쌀국수)”, “오늘 아팀은(아침은) 홈메이드 하이라이스”.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들이다.

이제는 일상 그 자체가 돼버린 온라인 세상 속엔, 이러한 일상 공유가 공기처럼 흔한 일이 됐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위의 글을 남긴 ‘누군가’의 주인공은 바로 국내 유통업계의 대표주자, 신세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은 최근 그 어느 연예인보다 핫하다. 팔로워는 7만명이 조금 넘고, 그가 올린 게시물에는 기본적으로 수천 건의 ‘좋아요’가 눌린다.

흥미로운 것은 게시물의 내용과 팔로워들의 반응이다. 굴지의 유통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 맞나 싶다.

맞춤법에 얽매이지 않을뿐더러, 점잖은 말투 대신 온라인에서 흔히 쓰이는 독특한 말투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음식 사진을 인증하고, 자신의 셀카나 사진을 올리며 ‘자학’하는 모습마저 스스럼없다. ‘정용진’이란 이름만 없다면, 영락없이 평범한 사람의 SNS다.

댓글도 유쾌하다. ‘ㅋㅋㅋ’와 함께 ‘웃기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혀짧은 말투를 흉내 내거나 ‘귀엽다’는 칭찬을 남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남기는 댓글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재미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해외관계자와 업무를 보는 모습이나 개발 중인 제품, 또는 출시한 신상품 등을 공개하며 본인 스스로 하나의 홍보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서는 제품 홍보 및 제품 관련 소통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SSG닷컴’ 광고영상을 들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젊은 감각으로 가득 찬 이 영상을 게재하며 “쓱쓱쓱”이란 짧은 말만 남겼다. 광고와 일맥상통하는 심플함이다. 이를 본 팔로워들은 “이번 광고 너무 좋다”, “귀에 ‘쓱’ 들어오는 광고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SNS 장점 살릴 줄 아는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부회장의 SNS 사랑은 이미 유명했다. 수년 전엔 트위터를 소통 채널로 이용했던 그다. 이후 잠시 SNS를 떠나기도 했지만, 지난해 다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며 화제를 모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재벌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SNS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SNS상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최대 강점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자연스럽지 않은 소통이나 가식적인 소통은 자칫 거센 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사실, 현실의 정용진 부회장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애초에 출발선부터 다르다. 정용진 부회장은 삼성을 설립한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그의 큰아버지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의 동갑내기 사촌형제다.

이렇듯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가장 큰 화두였던 ‘금수저’를 뛰어넘는 ‘다이아 수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SNS를 통해 탈바꿈한 정용진 부회장의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친근감이 느껴지고, 사람 냄새가 난다. 베일에 가려져있고, 마치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재벌 이미지’보단, ‘재벌도 결국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는 정용진 부회장이 SNS를 통한 소통에 적극적인 가장 큰 이유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소비자를 직접 마주하는 유통업을 주력으로 한다. 이 유통업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소비자들과 얼마나 친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다. 그런 면에서 정요진 부회장은 ‘유통 대기업 3사’ 오너 중 가장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모두 SNS 덕이다.

▲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 사후관리도 중요

물론 SNS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탐나는 장점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다. 전혀 다른 분야긴 하지만, 축구계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SNS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 2010년 트위터에서 문용식 나우콤 대표와 벌인 설전과 2011년 해킹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두 사건은 정용진 부회장의 SNS소통이 여전히 품고 있는 숙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010년 ‘트위터 설전’은 정용진 부회장의 ‘자사 임직원 복지혜택 확대’ 홍보에서 시작됐다. 그는 관련 내용을 다룬 신문기사를 링크하며 “직원들이 사랑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전진”이란 글을 남겼다. 그러자 문용식 대표는 “슈퍼(SSM)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일이니?”라며 다소 자극적인 댓글을 달았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마지막 반말은 오타겠죠?”라고 재차 댓글을 달았으나 문용식 대표는 오히려 “오타는 아니구요. 중소기업 입장에서 순간 화가 나서 한말이죠. 피자 팔아 동네피자가게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이냐구요. 주변상권은 다 붕괴시키면서 회사직원복지만 챙기면 되는거냐구요”라며 공세를 높였다.

이후 정용진 부회장은 “이 분 분노가 참 많으시네요. 반말도 의도적으로 하셨다네요. 네이버에 이분 검색해보니 그럴 만도 하세요”라며 문용식 대표의 ‘전과’를 꼬집기까지 했다. 문용식 대표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투옥된 전력이 있으며, 현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이 사건은 당시 네티즌들은 물론 세간에서도 큰 화제를 낳았다. 정용진 부회장에겐 뜻밖의 부정적인 이슈였다.

2011년 해킹 사건 역시 비슷한 맥락의 일이었다. 해킹에 앞서 살펴볼 일은 정용진 부회장의 ‘출퇴근용 호화 미니버스’ 논란이다. 2011년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개조한 미니버스를 출퇴근용으로 이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논란에 휩싸인 직후 그의 트위터 개정이 해킹 당했다. 당시 해킹된 정용진 부회장의 계정엔 “정용진은 가라 삼성도 가라 이제 혁명을 완성시키겠다”, “자본주의는 파산했다”라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결국 해킹 사건 이후 정용진 부회장은 한동안 공개적인 SNS 활동을 접었다.

과거의 두 사건은 정용진 부회장이 지닌 ‘숙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벌 오너에게 SNS는 상황에 따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연예인과는 또 다른 부분이다. 오너일가 또는 회사가 부정적인 이슈에 휩싸이거나, SNS를 통해 민감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경우 난처한 상황이 불가피하다. SNS상에서의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늘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는 정용진 부회장에게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더욱이 정용진 부회장은 SNS소통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때문에 정용진 부회장은 일정 부분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SNS소통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재벌 3~4세 젊은 경영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SNS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잘 이용하면 좋겠지만, 잘못해서 받을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 면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SNS소통은 상당히 모범 케이스다. 하지만 언제든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라며 “애초에 리스크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리스크 발생 후 대처다. 리스크 사후관리를 통해 역풍을 순풍으로 바꾼 경우도 적지 않다. 정용진 부회장도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