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인천공항은 이른바 ‘수하물 대란’으로 불리는 대혼란을 겪었다. 이처럼 인천공항이 창립 이래 초유의 대혼란을 겪게 된 데에는 최근 사장직이 잦은 공석으로 남아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지난 3일 인천공항은 이른바 ‘수하물 대란’으로 불리는 대혼란을 겪었다. 수하물 처리 시스템이 마비돼 160여편의 항공기가 무더기로 지연되고, 제때 싣지 못한 짐을 뒤늦게 운송하는 등 ‘세계 1위 공항’으로서의 체면을 무참히 구긴 것이다.

인천공항 측은 당시 사고에 대해 ‘승객이 한꺼번에 몰려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가운데 1~2개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1위’ 공항이 내놓은 변명치고는 궁색하다는 평이다. 타이틀만 ‘1위’일뿐, 그에 걸맞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사실 인천공항이 창립 이래 초유의 대혼란을 겪게 된 데에는 ‘수장’의 부재인 탓도 적지 않다.

최근 몇년새 인천공항에는 잇따른 사장 공백이 있었다. 지난 2013년 6월 임명됐던 정창수 전 사장은 취임 9개월 만에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했고, 이후 7개월간 사장석은 공석으로 자리했다. 지난 2014년 10월 박완수 전 사장이 취임했지만 1년 2개월만인 지난해 말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졌다.

어느 조직이든 수장 자리가 빈약하면 내부를 이끌어갈 힘이 부족해진다. 정치판을 찾아 떠난 인천공항의 전 사장들이 짧은 재임 기간 동안 과연 조직 내부를 이끌어갈 응집력을 키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남는다. 그만큼 특유의 조직문화도 형성될 리 만무하다. 리더십 부재에 따른 지휘체계의 허술함은 결국 조직운영의 느슨함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사상누각(沙上樓閣)을 초래하는 단초가 된다.

특히 강동석 초대 사장을 제외한 그간 5명의 사장은 공항 업무와 관련이 전혀 없는 인물들이었다. 전문가도 아닌 인사들이, 정계로 진출하기 위한 정류장 정도로 인천공항을 거쳐 갔으니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공항의 신임 사장 공모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7대 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현재 공석인 박완수 전 사장의 후임을 맡기기 위한 것으로, 인천공항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새 사장 공모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벌써부터 “또 낙하산 인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인천공항 사장직이 정치인들의 사랑방 정도로 전락한다면 최근의 ‘수하물 대란’은 전초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2월 설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가정은 아니다.

인천공항은 우리나라의 관문(關門)이자 얼굴이다. 어처구니없는 대란이 재연돼서는 안되는 이유이자,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절대 낙하산이어선 안되는 이유기도 하다.

‘10년 연속 세계 1위 최우수 공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해 갈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류스타 김수현을 홍보모델로 내세우는 것보다, 전문성을 갖춘 능력있는 수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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