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험지 출마를 요구받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에 남아 다른 예비후보들과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잃어버린 시간이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출마를 준비 중이었던 그는 새누리당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23일 험지 출마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올해 1월15일 현재까지 출마 지역구가 결정되지 않았다. 전날 김무성 대표와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의견을 나눴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사실 두 사람의 만남도 안대희 전 대법관의 ‘중대결심’ 압박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자신의 강북 출마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논의도 한 사실이 없는 내용이 흘러나오는 사실에 매우 불쾌하다”며 김무성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이번주 내 지역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17일 일요일까지 이틀 남았다.

◇ ‘험지출마’로 손발 묶은 뒤 사실상 방치 “오세훈도 힘들다”

오세훈 전 시장으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경우 당초 출마를 염두에 뒀던 부산 해운대 대신 서울의 야당 현역의원 지역구에 출마하기로 결정했으나, 지역구 선택은 본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서울 험지 출마를 수용한 데 대한 예우 차원이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에겐 달랐다. 종로가 ‘험지’라는 데 인정하면서도 다른 지역 출마를 권했다. 김무성 대표는 “저도 당에서도 종로를 우리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의 소중한 자산들이 서로 맞붙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 출마를 밝힌 박진 전 의원과 정인봉 당협위원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하지만 교통정리는 쉽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경쟁력을 보여줬던 것. 다른 예비후보로는 종로 승리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 하는 동안 오세훈 전 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종로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만큼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했을 뿐 제대로 된 선거운동은 시작도 못했다. 선거개소식도 미뤘고, 현수막은커녕 변변한 명함도 없었다. 손발이 묶인 셈이다.

▲ 오세훈 전 시장은 종로 출마와 관련 “정치1번지라는 상징을 가진 서울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총선에 이어 대선, 2014년 지방선거까지 단 한 번도 새누리당이 이겨본 적이 없는 열세지역”이라면서 “이번에 종로를 다시 찾아와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반면 경선에서 맞붙게 될지 모르는 박진 전 의원과 정인봉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종로 출마를 두고 오세훈 전 시장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던 박진 전 의원은 선거사무소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세력 과시에 나섰다. 때문에 일각에선 김무성 대표의 고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불리는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견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대해 오세훈 전 시장 측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섭섭할 뿐이다. 험지 출마 요구 이후 사실상 방치해오다 다른 지역의 출마 요구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가 “어드벤티지는 없다”고 확언한 만큼 전략공천을 기대하기 힘들다. 늦은 출발선에서 예외 없이 경선까지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아무리 오세훈이라고 하더라도 이기기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경우 해당 지역 예비후보자들의 반발도 우려스럽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세훈 전 시장 측에서도 고민이 많다. 14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난 한 관계자는 “난감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하면서도 “당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당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오세훈 전 시장은 종로 출마를 고집하고 있다. “종로는 정치1번지라는 상징을 가진 서울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년 총선에 이어 대선, 2014년 지방선거까지 단 한 번도 새누리당이 이겨본 적이 없는 열세지역”인 만큼 “이번에 종로를 다시 찾아와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게 오세훈 전 시장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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