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이 당 안팎으로 흘러나온 갖가지 불화설로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자갈밭길. 더불어민주당 잔류를 택한 박영선 의원이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택을 비유한 표현이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변화를 위해 자갈밭길을 선택한 안철수 의원의 간절함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게 박영선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안철수 의원의 손을 잡지 않았다.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 측으로부터 대표직과 함께 상당한 러브콜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부패척결 취지와 적합하지 않는 인재영입과 당 정체성 확립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그 이유였다. 실제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당 안팎으로 흘러나온 갖가지 불화설이 이를 증명했다. 안철수 의원은 자갈밭길을 무사히 지날 수 있을까.

◇ “팽 당할지도…” 호남의원들의 불신 ‘내분설’로 확산

안철수 의원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측근들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호남의원들 간의 불신 해소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은 최근 호남권 지지율 하락 원인을 당에 합류한 호남의원들에게서 찾았다. 초반에 합류한 유성엽·황주홍 의원의 경우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될 만큼 지역기반이 강하지만, 이후 합류한 다른 의원들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했다. 혁신의 대상을 영입했다는 문제제기도 호남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호남의원들은 어렵게 신당행을 택했다는 점에서 섭섭한 마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안철수 신당 내분설’의 시작점이다. 호남의원들 사이에선 결국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팽’ 당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고, 국고보조금 지원 여부가 정해지면 호남의원들을 대상으로 백의종군을 요청, 사실상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다루던 신당 핵심 인사들의 회의장에서 A의원의 참모가 우연찮게 듣고, 이를 보고받은 A의원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물론 A의원 측은 해당 소문을 부인했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문병호 의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도리어 “어떻게 와전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바로 ‘공천’ 때문이다. 제3지대를 택한 박지원 의원도 지난 18일 전남도의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먼저 탈당한 의원들이 공천이 불확실해지자 남아있는 의원들에게 오지 말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병호 의원은 기존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에 오신 모든 분들을 공천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엄정한 기준을 가지고 공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민의당 측은 안철수 의원을 포함해 현역 의원 전원이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불출마 요구에 대한 호남의원들의 집단반발이 예상되면서 ‘공정한’ 경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의원의 갈등설이 심심찮게 나올 만큼 두 사람의 관계도 위태롭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호남의원들과 거리가 벌어진 가운데 동교동계와 관계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더민주를 탈당한 권노갑·정대철 전 상임고문이 최근 안철수 의원을 만나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당시 두 원로는 “호남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면서 “빨리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당이 어려워진다. 시간이 별로 없다”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안철수 의원과 동교동계는 온도차를 보여 왔다. 단적인 사례가 이희호 여사의 정권교체 지지 의사를 둘러싼 해석차이다. 안철수 의원 측은 지난 4일 신년인사차 이희호 여사를 예방,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신당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얘기했으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가 이를 전면 부인했다. 홍걸 씨는 “어머니는 안철수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했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면서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에 대해 어이가 없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한길의 토로 “이렇게 당 운영하면 힘들어진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침묵을 지켰다. “이희호 여사에게 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고민은 더 커졌다. 신당의 성패를 결정할 호남민심을 끌어안기 위해선 DJ의 가신그룹 동교동계와 연대가 필요하지만, 원로들의 화를 산 데다 실제 이들과 손을 잡을 경우 역으로 구태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한길 의원도 변수다. 안철수 의원과 갈등설이 심심찮게 나올 만큼 두 사람의 관계도 위태롭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이는 김한길 의원이 21일 국민의당 전남도당 창당대회에 불참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에 안철수 의원은 “지금 인재영입에 중요한 약속들이 있다”며 김한길 의원의 불참에 대한 확대해석을 일축했으나, 뒷말은 여전하다. 이미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10일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 때부터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김한길 의원은 발기인대회장에 가장 늦게 도착해 참석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의 갈등을 인선 문제로 꼬집었다. 김한길 의원이 “이렇게 당을 운영하면 힘들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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