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신 한국도자기 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도자기의 3세 경영인인 김영신 대표가 이래저래 심란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경영 환경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선 경쟁기업이자 형제기업인 젠한국과 비교하는 시선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어서다. 젠한국은 지난 2005년 김 대표의 삼촌이자 창업주의 4남인 김성수 회장이 경영 승계에서 사실상 밀려난 뒤 분가해 세운 회사로, 도자기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곳이다.

한국도자기는 지난해 7월 청주 공장의 가동을 한 달간 중단키로 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한국도자기가 공장 가마의 불을 끈 것은 창립 7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도자기는 “여름 비수기를 맞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선 ‘경영위기설’이 일파만파 확대됐다.

한국도자기는 1973년 최초로 ‘본차이나’ 도자기를 생산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해 국내 1위 도자기업체로 위용을 떨쳐왔으나, 지난 2002년 이후 저가 중국산과 유럽산의 공세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2010년 접어들어서는 실적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도자기 조카와 삼촌의 엇갈린 운명

2010년 517억원 수준이었던 한국도자기의 매출은 2011년 489억, 2013년 404억원, 2014년 384억원으로 매년 하락했다. 이와 함께 영업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2010년 4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던 한국도자기는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35억원, 76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처럼 한국도자기의 실적이 부진세로 돌아선 데는 시장 변화를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도자기 구입 패턴이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처럼 저렴하게 사고 짧게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고급화 전략만 내세워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지적은 3세 경영인인 김영신 대표의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내고 있다. 창업주인 故김종호 회장의 장손이자 김동수 회장의 장남인 김 대표는 지난 2004년 한국도자기의 대표로 선임되며 회사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가 경영의 키를 잡은 뒤부터 회사가 정체기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이자 업계 안팎에선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 한국도자기 청주 공장

여기에 경쟁기업이자 형제기업인 젠한국과 비교하는 시선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여러모로 심란한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젠한국은 김 대표의 삼촌이자 창업주의 4남인 김성수 회장이 지난 2005년 세운 회사다. 그는 2004년까지 10년 동안 한국도자기 대표이사직을 맡다가, 조카인 김영신 씨가 대표이사직에 오르자 이듬해 한국도자기판매와 한국도자기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을 분사해 ‘젠한국’을 설립했다.

◇ 한국도자기 위협하는 젠한국의 무서운 맹추격

젠한국은 인도네시아 생산라인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이 회사는 제품 70~80%를 인도네시아법인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OEM)으로 조달하면서 경쟁사 대비 단가를 낮췄다. 또한 1인 가구에 맞게 구성을 간소화한 기획 상품을 내놓고 도자기 밀폐용기와 같은 실용적인 제품을 선보이면서 기반을 다졌다.

젠한국은 국내 도자기업체들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2010년 이후 4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10.7%씩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계기준상 반영되지 않는 인도네시아법인의 실적까지 포함하면 전체 매출 규모는 700억~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젠한국의 무서운 성장세는 한국도자기에게 여러모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 점유율 뿐 아니라 향후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현재 한국도자기의 지분 40%는 김 대표의 숙부들이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인 김동수 회장이 31.2%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나, 차남 김은수 전 로젠화장품 회장과 김성수 회장 역시 각각 24.3%, 1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나머지 28.4%는 친인척들이 나눠 갖고 있다. 김영신 대표의 지분율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대표에 대한 지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성수 회장 쪽으로 우호 지분이 몰린다면 향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한국도자기는 관계자는 “젠한국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며 “한국도자기는 한국에서 개발부터 생산까지 다 하고 있지만, 젠한국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지 않나. 우리보다는 가격적인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지만, 생산 및 판매 과정이 다르게 때문에 실적만 놓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부분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도자기는 올해부터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과연 김영신 대표가 경영위기설을 딛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