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로텐터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으로 새누리당이 시끌시끌하다. ‘망국법’이라고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를 정조준 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의 사실관계의 오류를 지적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립각으로 ‘상향식 공천’ 의미전달과 김무성 대표 자신으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권력자’ 발언은 지난 26일 ‘중장기 경제 아젠다 전략회의’에서 나왔다. 국회 선진화법 관련 대목에서 김 대표는 “우리 당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하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전부 찬성으로 돌아버렸다”고 꼬집었다.

◇ 이틀 연속 ‘권력자’ 발언 이어간 김무성, 친박계 부글부글

발언의 진의는 ‘상향식 공천’의 필요성이었다. 국회의원들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소신과 철학대로 정치를 하지 못하는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발언에서 나온 ‘권력자’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다음 날인 27일에도 김 대표는 ‘권력자’ 발언을 이어 갔다. 20대와 30대 청년 예비후보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돼왔다”며 “젊은 인재들이 구태정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뜻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거듭 상향식 공천의 의미를 강조, 친박계와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사실관계의 오류를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경환·윤상현·유기준·이경재 의원 이런(친박계) 분들은 반대나 기권표를 던졌는데 (김 대표 주장대로) 입장을 바꿨다고 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마지막에 통과됐다. 새누리당 내 반대가 많았으나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호소로 찬성 127, 반대 48, 기권 17로 가결됐다. 그러나 통과된 시기는 19대 총선이 이미 끝난 5월 초였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공천’ 문제와 직접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당시 찬성표를 던진 의원 55명은 19대 선거에서 이미 낙선한 상태였다.

때문에 친박계는 부글부글 끓었다. 유기준 의원은 2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반대하던 의원이 다 찬성으로 돌아버렸다’고 말하는 것은 팩트가 아니다”라면서 “계파 구별없이 자유의사를 가지고 투표에 임했다. 당시 상황을 과장되게 말한 것이고 사실관계가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런 식의 분란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지 말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김무성의 일보 전진과 반보 후퇴, 결과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국회선진화법 책임론이 계파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김 대표 측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전례처럼 친박계와 청와대의 공세에 김 대표가 후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는 평가다. 대립전선을 통해 ‘무전략’ 비판을 받았던 상향식 공천의 의미를 각인시켰고, 무엇보다 김 대표 자신에게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방중 당시 특별한 성과나 뉴스거리를 만들지 못한 김 대표는 개헌 발언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정윤회 문건 파동사건이 막 잠잠해질 찰나 ‘K-Y 수첩파동’이 터지면서 다시 한 번 불타올랐다. 물론 두 사건 모두 김 대표는 ‘진의’나 ‘본의’가 아니라면서 후퇴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김 대표는 내 유일무이한 대권주자로 성장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김 대표의 입지는 더 넓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청와대는 직접적 대응을 피하고 있으나 불편한 심기는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김 대표가 연일 대통령을 비판하는 듯 한 발언을 하는데 입장을 안 내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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