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지윤 기자] 현대페인트의 경영권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벌써 여섯 번의 대표 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18일 현대페인트는 최윤석·박현우 공동 대표가 취임하면서 또 한 번 대표가 교체됐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10월 16일 최윤석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안 전 대표에 이어 대표로 취임한 바 있고, 다음 11월 2일 최윤석·김준남 공동 대표로 변경된 이후 11월 3일 김준남 대표, 12월 11일 김준남·김동하 대표, 1월 4일 최윤석 대표, 1월 18일 최윤석·박현우 대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현대페인트 경영권을 두고 현재 ‘그들만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노조 측 “사업에 전념할 새로운 투자자 필요”

지난 2015년 11월 이안 전 현대페인트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안 전 대표는 증권사 직원들을 매수해 현대페인트 주가를 조작했고, 증권방송 진행자는 돈을 받고 현대페인트 종목을 추천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안 전 대표는 이렇게 주가를 올린 뒤 보유주식 1,900만주를 처분해 218억원가량의 부당이익을 취득했다.

이안 전 대표가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현대페인트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최윤석 파안글로벌 이사가 대표 집행임원 자리를 차지하며 대표격이 됐지만 얼마 못가 지난해 11월 김준남 에이플러스상사 부사장이 경영권을 쥐게 됐다.

이후 그해 12월 김준남·김동하 공동대표 체제가 됐고, 이 체제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반격에 나선 최윤석 대표가 6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새 파트너와 손을 잡았고, 이달 4일 현대페인트 이사회는 김준남 전 대표를 해임한 뒤 최윤석 대표를 다시 대표 자리에 앉혔다.

김준남 전 대표는 크게 반발했다. 그는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대표직에서 해임했다는 이유로 이달 6일 김동하 전 대표와 함께 인천지방법원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이달 18일 현대페인트 경영권은 최윤석·박현우 공동 대표 체제로 또 한 번 변경됐다. 지난 20일에는 이태일 전 현대페인트 부사장이 현 경영진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은 노사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 노동조합 등의 기자회견에 대한 회사의 입장.<출처='현대페인트'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21일 현대페인트 노조는 임직원 일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거래소 측에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와 임직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상장폐지를 통해 ‘먹튀자본’을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강력 비판하며 투기자본 근절과 노동생존권 사수, 소액투자자 보호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페인트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노동조합 등의 기자회견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전 대표이사이자 실질사주가 구속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절차와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상장폐지의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결정할 사항이지 노동조합 등이 거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은 주식으로만 이익을 챙기는 투기자본을 배제하고 사업에 전념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정상적인 투자와 경영을 통해 회사가 발전해나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관련 <시사위크>는 현대페인트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변밖에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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