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가 삼겹살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는 횡포를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모델들이 삼겹살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롯데가 좀처럼 ‘갑질 기업’이란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잇단 ‘납품비리’와 ‘임직원 금품수수 사건’을 반성 삼아 ‘상생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역시 ‘갑질 구설수’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롯데마트에서 불거진 ‘삽겹살 납품단가 후려치기’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롯데마트는 이른바 ‘삼겹살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사건은 삼겹살을 납품하는 A업체 대표가 롯데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100억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납품업체’서 뒷돈 받아 챙긴 직원, 뒤늦게 면직

이 업체 대표는 롯데마트가 지난 3년간 ‘삽겹살 데이(3월 3일)’ 등 할인행사를 위해 원가보다 싼 값으로 납품할 것으로 강요했고, 물류비, 카드행사 판촉비, 삼겹살 절단비용 등을 떠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공정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해당 피해의 일부를 인정해 납품업체에 4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정안을 내놨지만, 롯데마트가 이를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공정위로 넘어간 상태다.

이번 갑질 논란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서 “다른 업체보다 매입 금액도 높고 물류비도 전가하지 않았다”며 “원가 이하로 납품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롯데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히 냉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가 여러 차례에 적발된 전력이 있는데다, 최근 직원의 금품수수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롯데마트의 축산물 담당 상품기획자(MD) B씨는 A업체에게 지난 2014년 상품권 2,600만원어치를 제공받은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작년 12월 면직됐다. 해당 MD는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오게 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금품 수수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A업체는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이 같은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B씨가 뒷돈을 챙긴 해는 롯데가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던 시기라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지난 2014년 6월 ‘갑을 관계’를 이용해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아 챙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 10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비리 연루자에는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신 전 대표는 방송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 ‘납품비리 척결’ 외쳤지만, 직원 버젓이 ‘금품수수’

이 사건이 터진 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 계열사에 강도 높은 감사를 지시하며 부정∙비리 척결의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의지가 무색하게도 롯데마트 내부에선 버젓이 부정한 돈이 오고가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롯데마트는 이 같은 비리를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가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뒤늦게 적발해 후속 징계 조치를 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처럼 각종 구설수가 잇따르다보니, 신 회장의 상생 의지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갑질 논란’과 ‘경영권 분쟁’으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은 후, 다양한 상생 방안과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수천억대의 상생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자문 기구도 홈쇼핑 내에 설립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삽겹살 납품단가 후려치기 의혹’은 신 회장의 ‘상생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롯데마트 측도 이번 구설수를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실과 다르게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것 같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금품수수가 적발된 직원과 관련해선 “개인 비리 차원의 일”이라며 “사전에 적발하지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호텔롯데는 28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지배구조개선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나, 실추된 이미지 회복까지 가야할 길을 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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