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에 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심은희 저/리스컴/304쪽/1만3,000원/2016년 1월 18일 출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아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음악과 축구, 그리고 섬? 아마 이 정도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아일랜드는 우리에게 생소한 유럽 국가 중 하나다. 바로 옆 영국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상당 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아일랜드는 은근히 우리에게 친근한 나라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원스(Once)’의 나라가 바로 아일랜드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된 도시와 거리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었다. 특히 ‘원스’를 연출한 아일랜드인 감독 존 카니는 ‘비긴 어게인(Begin Again)’를 통해 또 한 번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축구팬이라면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일랜드 대표팀, 그리고 아일랜드가 배출한 스타 선수들을 알 것이다. 박지성이 활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캡틴’이었던 로이 킨, 그리고 현재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쳤던 로비 킨 등이 아일랜드 출신이다.

뿐만 아니다. 아일랜드는 유투(U2), 신 리지(Thin Lizzy), 더 코어스(The Corrs) 등 세계적인 뮤지션과 조지 버나드 쇼, 윌리엄 예이츠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걸리버 여행기’의 조너선 스위프트, ‘드라큘라’의 브램 스토커도 아일랜드가 배출한 작가다.

그런데 이런 아일랜드는 우리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먼저 쓰린 역사다. 아일랜드는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린 영국의 바로 이웃에 위치해 있다. 당연히 외세의 침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우리가 오랜 세월 중국의 영향권에 놓여있었고, 일본의 침략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다만, 그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은 1921년. 그런데 영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것은 무려 12세기부터였다. 700년 동안 지배를 당한 것이다. 물론 지배 방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35년의 일제강점기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와 흔적을 생각하면 아일랜드의 독립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또한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은 그 어떤 나라보다 영국과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는 민족정신을 잃지 않았고, 끝끝내 독립을 쟁취해냈다. 중국과 일본 등 외세에 맞서 민족정신을 지키고, 또 지배에 저항했던 우리의 역사와 닮아있다.

우리와 닮은 또 하나는 바로 눈부신 경제 발전이다. 일제감정기와 전쟁으로 피폐했던 대한민국은 1970년대부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한강의 기적’이라 불렸다. 영국의 오랜 지배와 그에 대한 투쟁, 그리고 독립전쟁으로 경제가 무너졌던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유럽 변방의 농업국가였던 아일랜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켈틱 타이거’, 즉 켈트족의 호랑이‘라 불렸다. 현재는 1인당 GDP 세계 12위의 저력을 자랑한다. 인구가 500만명이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처럼 아일랜드는 우리에겐 다소 낯선 측면이 있지만, 파고들수록 매력이 넘치는 나라다.
 
신간 <아일랜드에 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는 이런 아일랜드의 매력을 속속들이 전해준다. 수도 더블린을 비롯해 렌스터, 먼스터, 카노트, 얼스터 등 4개 주를 지역별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관광지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일랜드 특유의 문화와 여행시 참고해야할 노하우 등도 담아내 재미를 더한다.

특히 <아일랜드에 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는 고풍스러움과 세련됨, 그리고 환상적인 경관이 공존하는 아일랜드를 담백하면서도 꼼꼼하고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처절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직은 조금 낯선 아일랜드. 그러나 재미와 매력이 넘치는 아일랜드. 이런 아일랜드와 한결 더 친숙해지고 싶다면, <아일랜드에 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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