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총리에게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정치권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서,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물론이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친박 정치인 3인과 이인제, 김한길 의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의 핵심은 증거능력이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나 측근들의 진술 등이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인정될지, 또한 ‘정황증거’ 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다.

◇ 성완종 인터뷰·메모 증거능력 인정해 유죄, 정치권 후폭풍 예고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성완종 전 회장과 <경향신문> 인터뷰, 메모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고인이 됐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 전 총리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톨게이트 기록과 주변인들의 진술 등을 인정, 직접적 증거는 없었지만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과 독대한 것으로 결론내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결과에 대해 이 전 총리는 “항소심을 통해 끝까지 결백을 입증할 것”이라며 소송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도 “항소심 등 끝까지 재판을 지켜봐야 될 일”이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완구 전 총리의 유죄판결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지사의 편결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친박핵심 3인방과 이인제, 김한길 의원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더민주는 전면적인 재수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인터뷰 내용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당장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지사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 지사 측도 이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 등에 대해 ‘일방적 진술’이라며 증거능력이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른바 친박핵심 3인에 대한 의혹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리스트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 실세들의 이름도 함께 올라 있었다. 무엇보다 유정복·서병수 시장과 홍문종 의원은 대선자금 수사까지 비화될 수 있었다. 그런데 특별수사팀을 꾸렸던 검찰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5인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 친박 3인방과 이인제·김한길 등 불똥, 정치권 초긴장

재판결과를 지켜본 더불어민주당은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여권 실세 중 정말 재판을 받아야할 인물들을 재판정에 서지 않았다”면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핵심은 대선자금인데 검찰의 부실수사로 선대위 핵심 3인방은 재판정에 세울 수 없었다. 검찰의 편파적인 봐주기 수사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검찰은 특정인물을 표적 삼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먼지털이식 수사를 서슴치 않아 온 게 사실”이라며 “검찰이 유력한 증거가 있는데도 뒷받침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제라도 나머지 정치인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착수해 실추된 명예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총리의 유죄는 리스트 인물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에게까지 불통이 튀고 있다. 이 최고위원과 김 의원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으로 지난해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소환조사에 불응, 이후 조사는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1일 포스코 비리혐의에 연루돼 소환조사를 받았던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끝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검찰의 수사방식을 놓고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이 의원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덮여 있는 눈을 다 녹여버리고 희망을 꽃피우는 청맥처럼 이병석의 진실도 모두 다 녹이고 활짝 꽃 피우겠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앞서 이 의원은 친이계로 통하는 자신에 대해 검찰이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