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 출신 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출마로 서울 마포갑이 화제의 지역구로 떠올랐다. 이곳은 전통적인 야당 텃밭으로 노웅래 의원이 3선 도전을 앞두고 있고, 이에 맞서 1년여 전부터 강승규 새누리당 마포갑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해왔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험지’ 해석을 두고 여전히 시끄럽다. 대법관 출신 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마포구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지난 1년간 지역을 뛰어다닌 강승규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의 얘기다. 당 지도부로부터 서울 험지 출마 요청을 받은 안대희 최고위원은 “마포갑도 험지”라고 주장하는 반면 강승규 전 의원은 “진정한 험지로 가라”며 맞서고 있다. 치열한 경선을 예고한 셈. 하지만 진짜 승부는 본선에서다. 마포를 야당 텃밭으로 만든 주역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붙어야 한다. 그는 마포에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대를 이은 2세 정치인이자 마포갑의 지역일꾼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안대희 최고위원이나 강승규 전 의원에겐 어려운 상대다.

◇ ‘토박이’ 노웅래의 3선 도전 “겨뤄볼 만한 상대 만났다”

노웅래 의원의 발걸음엔 힘이 넘쳤다. 지난달 28일 염리동에서 만난 그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지역민들과 손을 맞잡았다. 자주 얼굴을 맞댄 덕에 “이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지역민들은 노웅래 의원과 이번 총선에서 맞붙게 될 ‘1번’ 후보에도 관심이 적지 않았다. 멋쩍게 웃는 노웅래 의원에게 지역민들은 “걱정할 것 없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 노웅래 의원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답게 지역 골목골목을 찾아가며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지역민들도 지난 19대 총선 당시 그의 포스터를 아직까지 떼지 않을 만큼 강한 신뢰를 보였다. <사진=소미연 기자>
사실 노웅래 의원도 안대희 최고위원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총리 지명을 받았던 거물급 인사의 출마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마포가 이번 계기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심에 있어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정치 초년생, 낙하산 인사에게 직접적으로 표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 “내리 꽂는 대로 표를 찍어줄 것이라 생각하면 마포 주민들을 얕잡아 보는 것”이라는 게 노웅래 의원의 주장이다.

때문에 노웅래 의원은 정정당당한 경쟁을 기대했다. 부담보다는 “겨뤄볼 만한 상대를 만났다”는 점에서 각오가 새롭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분류되는 안대희 최고위원을 누르고 3선 고지를 달성한다면 야권의 유력 정치인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도 컸다. 같은 날 염리동에서 만난 한 지역민은 “3선이면 지금보다 힘이 더 생기지 않느냐. 지역에도 큰 일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노웅래 의원은 일꾼으로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게 지역 내 공통된 평가다. 지역민들의 20년 숙원사업으로 불리는 마포주차장이 문화복합타운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로 첫 삽을 떴고, 오는 4월이면 경의선 숲길공원이 완성된다. 그간 지역관리도 열심히 해왔다. 대흥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퇴근하는 날엔 도화동 자택까지 30분 남짓한 거리를 걸어가며 지역민을 만난다. 현장에서 직접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웅래 의원은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경험을 잊지 않았다. 당시 뉴타운 공약을 내건 한나라당이 서울 48개 지역구 가운데 40석을 차지했고, 노웅래 의원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야인으로 지낸 4년의 시간을 “뼈아프다”고 말했다. 이후 노웅래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54.2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신영섭(42.83%) 전 마포구청장을 12%p가 넘는 표차로 압승했다.

월등한 표차는 노웅래 의원의 장점으로 꼽히는 탄탄한 지역 기반을 대변한다. 지역에서 5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뒤 마포구청장을 역임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이 그의 아버지다. 대를 이은 노웅래 의원도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신공덕동이 바로 그가 태어난 곳이다. “조부부터 100년 이상을 살아왔다”고 말할 만큼 지역의 자부심도 강하다. 노웅래 의원은 “마포는 김상돈 전 서울시장, 박순천·김홍일 전 총재,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 등 정치 거목이 배출된 전통적인 정치1번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표심이 옛날 같을 순 없다. 새로 유입된 세대에서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며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 마음 급한 안대희 VS 섭섭한 강승규… 경선 앞두고 파열음

노웅래 의원과 달리 안대희 최고위원과 강승규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연고가 약하다. 안대희 최고위원이 마포구에 소재한 숭문중학교를 졸업했으나 캠프 측에서도 “낯선 지역”이라는 데에 부인하지 않았다. 강승규 전 의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MB맨’으로 출격, 금배지를 달았으나 19대 총선에선 친박계의 공천학살에 휘말리며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는 1년여 전 마포구 당협위원장으로 돌아왔다.

▲ 새누리당 안대희 최고위원과 강승규 당협위원장은 마포갑의 ‘험지’ 해석에 이어 경선룰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예고했다. <사진=안대희·강승규 블로그>
때문에 안대희 최고위원은 쉴 틈 없이 발품을 팔고 있다. “늦게 출발한 만큼 지역민들을 만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한 측근은 “지금은 한 곳이라도 더 돌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안대희 최고위원의) 마음이 급하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26일 안대희 최고위원은 어둑해진 염리동 골목을 오가며 “새로운 마포를 만들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첫 선거를 치르는 그에겐 표현이 아직 서툴다.

이에 대해 캠프 측에선 “열심히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매일매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데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측근은 “사실 처음에는 반응이 미지근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주목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대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강승규 전 의원의 반발이다. 안대희 최고위원은 “공정하게 경쟁해서 이긴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속내는 “인간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반대로 강승규 전 의원은 안대희 최고위원이 걸림돌이다. 최근 당 지도부에서 안대희 최고위원의 마포갑 출마를 묵인한데 이어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임명하자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강승규 전 의원은 지난 1년여 동안 ‘강반장 리포트’를 작성하며 장차 ‘스마트한 마포’로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준비해왔다. 안대희 최고위원의 출마는 예상 못한 변수다. 그가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당을 재건했고, 주민들로부터 신뢰도 회복했는데 이를 (안대희 최고위원이) 송두리째 빼앗으려한다”고 주장했다. 안대희 전 최고위원을 향해 “도둑질”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하지만 강승규 전 의원은 한발 물러섰다. 그는 100% 여론조사가 아닌 당원과 국민여론조사 비율을 3대 7로 적용할 경우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할 생각이다. “만일 당이 안대희 최고위원을 영입인사나 험지 출마자로 인정해 (경선에서) 100% 국민여론조사를 강행한다면 새누리당 마포갑 당협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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