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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에 빠진 국가보안] “대한민국, 더 이상 ‘테러 안전국’ 아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국가보안] “대한민국, 더 이상 ‘테러 안전국’ 아니다”
  • 이민지 기자
  • 승인 2016.02.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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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안보’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중국인 부부에 이어 베트남 남성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입국하는 등 허술한 보안 시스템이 민낯을 드러내며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국가 안보’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중국인 부부에 이어 베트남 남성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입국하는 등 허술한 보안 시스템이 민낯을 드러내며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1층 남자화장실에서는 아랍어로 “너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수상한 상자가 발견돼 긴장감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다행히 발견된 상자는 폭발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가뜩이나 세계 곳곳에서 IS 등 테러단체들의 무차별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리 쉽게 간과할 수 없어 보인다.

◇국가안보 최전선인 인천국제공항… 용역에 맡긴 우리나라 보안

실제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은 ‘인천공항’이 주무대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심각하다. 인천공항은 외국인들이 국내로 진입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곳 보안이 뚫리면 사실상 테러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민간 보안업체의 용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져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여객터미널의 면세구역과 검색장 등 보안 지대의 경비와 보안을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 3곳에 맡기고 있다. 근무하는 이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계약직 직원에게 국가안보 최전선을 지킨다는 사명감과 보안의식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일각에서는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지난 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보안 강화 대책을 지시하는 한편,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테러방지법’은 2001년 미국 9·11 테러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가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처음 제시했지만 입법 처리가 무산됐다. 그 후 ‘테러방지법’은 15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진전이 없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수집을 용이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여론은 국정원이 해당 조항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 실제 연이어 발생한 사건들은 ‘인천공항’이 주무대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심각하다. 인천공항은 외국인들이 국내로 진입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곳 보안이 뚫리면 사실상 테러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사진=뉴시스>

상당수 보안 전문가들 역시 이번 인천공항 사태는 ‘테러방지법’ 부재 탓이 아니라, △보안 관련 기관의 무능과 △관련자들의 업무태만 △이를 통솔할 컨트롤타워의 부재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중국인 부부 밀입국 당시, 공항 보안검색장에는 잠금장치가 돼 있었지만 직원들이 편의상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밀입국 경보음도 울렸지만 당시 현장에는 경보음을 듣고 대응할 직원이 없었다. 보안 지대의 경비와 보안을 인천공항공사 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이 담당했다는 사실은 ‘보안불감증’에 대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예견된 인재라는 방증이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대테러보안 상황통제 34명 등 174명을 직접 고용하고, 구조소방 210명 등 224명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겠다는 고용안정대책안을 수립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안보’를 비용 관점에서만 바라본 탓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에 ‘컨트롤 타워’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공항공사와 법무부 직원뿐 아니라 경찰, 검찰, 국정원 외 20여 개의 기관이 집합돼 있다. 하지만 이 모두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구축되지 않아 유사사건이 발생했을 시 업무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선임된 정일영 인천공항 신임 사장의 ‘역할론’이 커지는 이유다. 

이와 함께 정부도 밀입국과 테러방지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공항 보안검색장 이중 잠금장치’, ‘경보시스템 도입’ 등의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감사원은 3일 올해 감사 중점사항 중 하나로 인천국제공항의 보안 상태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국가 안보나 국민안전 위협요소에 적극 대응해 테러나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어찌 보면 밀입국한 베트남 남성이 테러범이 아닌 사실이 다행이다. 만약 남성이 테러범이었을 경우, 우리가 겪어야 할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인천공항 폭발물 의심 물체 발견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해당 장소에서 발견된 ‘너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는 메모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테러 안전국이 아니다. 총체적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