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2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취임했다. <사진: 산업은행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책은행의 맏형격인 KDB산업은행에 새로운 수장이 취임했다. 그 주인공은 이동걸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특임교수. 국내 최대 정책금융기관을 이끌 수장인 만큼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더구나 ‘보은인사’라는 불편한 논란 속에서 취임하는 만큼 그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 한계기업 구조조정ㆍ자회사 매각 ‘원만한 진행’ 관건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은 12일 오전 여의도 본점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취임했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62년 국내 정책금융을 이끌어 온 산업은행의 수장이 된 것이 기쁘면서도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산업은행 수장은 만만치 않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더욱이 올해 산업은행은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비금융자회사의 매각 작업에 본격 돌입하는 만큼, 그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산업은행은 그간 조선, 철강, 해운, 건설 등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주로 맡아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 해당 산업들의 상당수 기업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상황에 빠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산업은행의 역할을 기존 중후장대 산업 지원에서 미래성장 산업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우고, 한계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선포했다. 이런 개편 방침에 따라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부실 징후 기업을 선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금융 지원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게 된다.

이 회장은 이런 과정을 원만하게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한편,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도 잡음 없이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회사 매각 작업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과제도 품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분을 5% 이상 출자한 비금융 자회사만 37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곳은 118개에 달한다. 이 같은 지분들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하거나 중소·벤처 투자 목적으로 취득한 지분들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118개 자회사 가운데 91개를 3년 안에 신속 매각키로 했다.

매각 대상 대부분이 중소기업 지분이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지분율 26.75%), 대우조선(31.46%), 한국GM(17.02%) 등 대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대형 M&A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 역시 그의 당면 과제다.

‘보은인사’ 불편한 꼬리표  ‘숙제 ’ 

‘정책 금융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는 보은인사’라는 불편한 시선을 잠재우는 것 또한 숙제로 남아있다.

대구 출신인 이 신임 회장은 경북사대부고,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 1987년 신한은행을 거쳐 신한캐피탈, 신한금융투자 사장·부회장 등을 지낸 인사다. 또한 모교인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특임석좌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이처럼 은행, 증권, 캐피탈사를 거치면서 금융권에 폭넓은 실무 경력을 자랑하지만 정책 금융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더구나 그는 지난 대선 때 금융인들의 박근혜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을 이끌어 낸 바 있어 ‘친박 인사’라는 꼬리표까지 달고 있다. 이에 노조는 그의 선임에 “전문성 없는 보은 인사”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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