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민주평통 자문위원
-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사위크] 북한의 1월 6일 제4차 핵실험 및 2월 7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에 대한 한국·미국·일본의 강경대응과 중국·러시아의 강경대응 반대. 사드(THAAD)배치 관련 미·중 갈등. 한국의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북한의 2월 11일 개성공단 자산동결.

최근 동북아 정세는 이처럼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연 향후 동북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전망에 앞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6·25 전쟁 3년 동안 미국과 싸워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 피해가 남침에 대한 대가이긴 하지만, 전쟁 이후 북한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에 대해 적개심을 갖고 있다. 미국이 언제 침략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다.

더구나 북한은 1953년 휴전 이후 휴전선 일대에서 수많은 미군을 죽임으로써 미국을 욕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1968년 프에블로호 나포사건과 1969년 EC-121기 격추 사건, 1976년 미류나무 사건 등이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미국은 미국에게 적대적인 파나마의 노리애가(1989년), 이라크의 후세인(2003년), 빈 라덴 및 리비아의 카다피(2011년) 등을 무력으로 체포 또는 제거했다. 북한은 미국을 적대시하고 미국을 욕보인 지구상의 몇 안 되는 약소국이다. 전례로 보아 ‘세계의 경찰’인 미국이 북한을 그대로 놔둘 리가 없을 것이고, 이것을 알고 있는 북한은 심한 대미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북미간의 역사적 악연으로 인해 북한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대량 보복무기를 보유해야한다는 굳건한 의지를 갖고 있다. 특히 김일성은 재래식 무기로는 도저히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1953년 7월 6·25전쟁 종전 직후부터 핵무기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의 의지는 아들인 김정일, 손자인 김정은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핵무기와 이의 운반수단을 갖지 않고는 미국의 북한 침략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배경에는 중국, 러시아 등 어떤 우방도 북한의 안보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반대로 미국은 북한과 같은 ‘반미악당’은 언제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보유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편, 중국은 떠오르는 ‘태양’으로서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맹주가 되려 한다. 중국은 이를 위해 ‘군사굴기’를 시도함으로써 해양세력인 미국, 일본 등과 마찰을 빗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베트남, 몽골, 미얀마, 인도 등을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미국은 박근혜 정부의 ‘미·중 균형외교’까지 견제하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묵인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사드(THAAD)를 중국의 코앞인 한반도에 배치하려 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샌드위치가 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에게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편을 들 수밖에 없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에 의해 포위된 중국은 러시아를 끌어 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립된 러시아는 중국과 손을 잡고 미국과 유럽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고립무원인 중국은 ‘미운 오리새끼’인 북한을 끌어안고 있다. 해양세력의 대륙진출로인 한반도가 모두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중국은 동북3성 방어를 위해 엄청난 군비를 보강해야 한다. 사실상 미국과 직접 국경을 접하게 되는 양상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전략적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중국이 미국, 한국, 일본 등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반대하는 이유도 북한의 ‘전략적 자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 대북 경제지원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면 북한은 붕괴하거나 남침할 것이고, 한반도는 혼돈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붕괴한다면 대량난민이 동북 3성으로 유입될 것이고 미국은 북한지역으로 진출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은 ‘제2의 항미원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도 가능한 상황이 된다.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중국은 이것을 저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보면 북한이 지난 11일 남북 간 모든 전화선을 끊음으로서 현재 남북관계는 1972년 8월 남북직통 전화설치 이전상태로 회귀했다. 모든 대화가 단절됨으로써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8·15 경축사를 통해 ‘대화없는 경쟁’에서 ‘대화있는 경쟁’을 선언한 이전상태로 회귀한 것이다.

남북한은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치킨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열차가 마주보고 최고속력으로 달려가는 형국이다. 그리스의 전쟁신인 아레스(Ares)가 한반도에 내려온 것 같은 분위기다.

독일의 군사사상가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전쟁론(Von Kriege)’에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 “전쟁은 총으로 하는 외교이며, 외교는 말로 하는 전쟁이다”라고 했는데 한반도 문제를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는 세력들이 있다.

솔직히 중국의 우려와는 달리 핵에 의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가 서로 싸우는 ‘제3차 세계대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남북한이 ‘제2의 6·25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지금처럼 남북한 최고 지도자가 합리성이 아닌 감성이나 성질에 의해 정치를 한다면 남북간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남북 지도자가 공히 “통일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라는 ‘신념(belief)’을 갖고 있는 한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다. 클라우제비치가 주장한 전쟁도 하나의 정치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남북한 지도자가 채용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제2의 6·25전쟁’을 누가, 무슨 수단으로 막을 것인가? 남북 간 전쟁은 남북 당사자가 방지해야 한다. 주변국들은 방관자이고 즐기는 자들일 뿐이다. 만일 전쟁이 난다면 한민족은 공멸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 방지 수단은 무엇인가? 남북대화다. 민족의 공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1973년 9월 베트남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도 이에 맞서 남중국해 시사군도가 중국의 영토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베트남은 군대를 파견해 시사군도 일부를 점령해 버렸다. 다급해진 중국이 1974년 1월 함대를 동원, 시사군도를 향해 떠났지만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것이 문제였다.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중국해군이 대만해협을 돌아갈 경우 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자존심을 죽인 모택동은 와병중인 장개석에게 전화해서 대만해협 통과를 요청했고 장개석은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이를 허락하였다. 대만 해군은 중국 군함에 대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탐조등을 비춰 신속한 통과를 도왔다. 사사건건 부딪히던 중국과 대만이었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오히려 하나로 뭉쳤다. 우리는 왜 민족이익을 위해 뭉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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