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어긋나는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노골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경제보복 조치가 예상된다. <사진=신화/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가 가시권에 오르면서 한중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며칠 째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오던 중국은 급기야 ‘항장무검 의재패공’이라는 고사를 인용, 한반도 사드배치를 중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비유했다.

중국 측이 사드배체에 대해 ‘생존’이 달린 중대사안으로 받아들인 만큼, 후속조치의 강도도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문제는 외교적 대립을 넘어 경제적 차원의 보복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 중국 ‘사드=생존위협’ 비유, 높은 수위 경제보복 예고

물론 국제적 규범이나 관례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제보복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정책이나 ‘언론 플레이’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보복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항장무검 의재패공'이라는 고사를 인용했다. 항우의 칼춤은 유방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라는 고사로, 한반도 사드배치는 곧 중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항우의 칼춤이라는 의미다. <사진=AP/뉴시스>
15일 새누리당은 경제상황 테스크포스팀(TF) 당정을 열고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과 우리의 대비책을 집중 점검했다. 회의를 마친 강석훈 단장은 “다양한 정치적 굴곡에도 지금까지 정치와 경제의 분리원칙은 지켜졌다. 그러나 사드 배치와 관련한 상황에서는 원칙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며 “과거 중국의 경제보복 형태를 생각했을 때 우리 생각 이상으로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경제전문가로 꼽히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우리 수출의 25%를 의존하는 중국 경제가 유연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부정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보복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대중수출 규제, 한국 관광제한, 중국 내 한국기업에 대한 차별 등이다. 수출규제 형태로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이른바 ‘비관세 장벽’을 통해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막는 방법이 거론된다. 위생검열이나 환경규제 등을 이용한 우회적인 규제가 그것이다.

◇ 예상 보복시나리오, 수출규제·한국관광제한·반한감정자극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치다. 앞서 중국정부는 김치를 기준이 엄격한 절임채소로 분류, 한국산 김치의 수입을 막았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살균처리되는 절임채소와 비교해 특성상 박테리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국산 김치는 엄격해진 중국세관의 위생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의 김치산업에 큰 타격이 됐음은 물론이다.

▲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는 수출규제, 한국관광제한, 반한감정 자극 등으로 요약된다. 우리 대외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수출규제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산업에 대한 타격도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60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관광객의 약 45% 수준에 달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당국이 경제보복 조치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다. 이 같은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관광산업 위축을 시작으로 내수시장 전체가 위축될 위험도 있다.

비슷한 사례로 국내 카지노 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해 시진핑 주석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해외 카지노 여행을 규제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현지에서 영업을 하던 국내 카지노 기업 직원들이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중국정부에 구속을 당하기도 했다. 서슬퍼런 중국당국의 칼날에 큰손 요우커들은 지갑을 닫고 발길을 끊었다. 작게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중국인 카지노 관광객에 의존하던 국내 업체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중국언론의 반한감정 자극도 위험한 요인이다. 중국언론이 한국제품이나 문화 전반에 부정적인 기사를 적극적으로 생산할 경우, 국내 제품의 판매량이나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중국 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류사업에도 영향은 불문가지다. 중국은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외교적 목적과 어긋나는 국가에 대해서는 경제보복을 쓰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강석훈 TF팀 단장은 “중국이 한국 수입품에 비관세 장벽으로 수입을 막는 것이 가장 크다”며 “한국 물품의 조그마한 부실을 언론매체를 통해 대형불량으로 연결시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방법, 위생검열이나 환경규제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원칙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다양한 소통채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국의 반발이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만큼, 경제보복에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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