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고문이 20대 총선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것으로 결심한 가운데 국민의당 합류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이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 출마 지역은 15대, 16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주 덕진이다. 지역구 내 출마를 대비한 사무실도 준비 중이다. 남은 고민은 어떤 색깔의 옷을 입느냐다. 정동영 전 고문 측은 15일 기자와 통화에서 “금배지를 한 번 더 달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 ‘정동영’이라는 브랜드로 정치 세력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어느 당이든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고심 중이다”고 설명했다.

◇ 동교동계까지 나서 ‘무소속’ 출마 반대… 정동영 ‘침묵’

현재로선 더민주로 복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전 고문은 지난해 12월18일 전북 순창 자택으로 찾아온 문재인 전 대표와 100분에 걸친 막걸리 회동으로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복당 요청에 대해선 완곡히 거절했다. “마음은 형제지만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이에 따라 전북지역 정가에선 정동영 전 고문의 무소속 출마를 점쳤다. 당초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 측에서 정동영 전 고문의 영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그 이유가 됐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두 신당이 지난달 25일 전격적으로 통합에 합의한 이후 정동영 전 고문의 영입 문제가 국민의당 테이블에 올랐다. ‘안철수 바람’이 주춤해진 데다 정동영 전 고문의 호남 무소속 연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또 다른 위기로 해석된 것이다.

▲ 당초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 측에서 정동영 전 고문의 영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호남 무소속 연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의당 내 그의 적극적 영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국민의당 호남 출마자들 사이에선 정동영 전 고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정동영 전 고문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2009년 4월 전주 덕진 재선거에서 당선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당시 정동영 전 고문과 연대 바람을 타고 전주 완산갑에 출마한 신건 의원도 당선됐다. 정동영 전 고문이 “전북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영향력과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된 정서다. 지난 11일 이기동(전주 완산갑), 한명규(전주 완산을), 조배숙(익산을), 이용호(남원순창) 예비후보들이 정동영 전 고문의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민주를 탈당한 동교동계까지 정동영 전 고문의 설득에 나섰다. 권노갑·정대철 전 고문을 비롯 이훈평 전 의원 등이 지난 13일 전북 순창을 방문해 “무소속으로 나가면 절대 안 된다”면서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 우리도 입당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권노갑 전 고문은 “60년 정통 야당의 적통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시절 정동영 전 고문의 2선 후퇴 요구로 당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구원으로 얽힌 관계다. 동교동계의 절박한 심정이 드러난 셈. 하지만 정동영 전 고문은 이날도 말을 아꼈다.

◇ 대권주자 안철수, 호남 대표주자 천정배와 관계 설정 관건

문제는 다시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안철수·천정배 의원이다. 두 사람이 정동영 전 고문의 영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생각만치 쉽지 않다. 정동영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합류할 경우 대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호남 대표주자를 자처하는 천정배 의원으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천정배 의원의 경우 몸값을 올리던 신당 창당 당시 정동영 전 고문의 합류에 대해 부정적으로 표시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정동영 전 고문은 막판 고심 중이다. 당초 설연휴를 마친 이후 정리된 입장을 발표하고 공식 활동에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입장 발표 시기를 미뤘다. “총선 출마자 입장에서 발을 내딛기 전에 개성공단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때문에 정동영 전 고문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처지를 대변자로 활약한 뒤 “며칠 뒤 입장을 내놓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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