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해 몰려든 새누리당 의원들. 의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악수를 하기위해 팔을 끄는 등 너무 과도했다는 평가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시정연설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연설 내용 자체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일부 의원들의 과도한 충성경쟁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진박 마케팅’에 역풍이 거센 상황에서 이 같은 행태는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이 날아든다~. 온갖 잡박이 날아든다~.”

노골적인 ‘진박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대구선거판을 빗대 SNS에서 유행하는 노래다. ‘썰전’에 보수논객으로 출연 중인 전원책 변호사가 맛깔나게 부르면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구민심을 얻기 위해 예비후보자들이 너도나도 ‘진박’ 타령을 하는데서 기인했다.

◇ 인물 중심의 계파분류, 양김시대 보스정치 시절 이전으로 퇴행

사실 박근혜 정부들어 ‘X박’ 분류법이 성행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친이·친박으로 시작된 계파분류는 친이계 쇠퇴 이후 다양한 ‘잡박’으로 확대 재생산 됐다. 원조친박부터 멀박(멀어진 친박), 짤박(짤린 친박), 복박, 신박(새로운 친박), 용박(박근혜를 이용하는 사람) 등 셀 수도 없이 다양하다.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도 이 같이 범람하는 ‘잡박’들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은 새누리당에 ‘진박·가박’ 논란을 가열시키며 새로운 X박을 탄생시키고 말았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권의 줄세우기와 편가르기가 정치퇴행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계파라는 것 자체는 정책이나 노선 등 뜻이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다. 큰 틀에서 정당이고 정당 내에서는 그것이 ‘계파’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계파는 철학이나 정책목표의 공유도 없이 오직 박 대통령과의 심리적 거리나 친분만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적 이익을 도모하기보다 유력 정치인에 기대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한다는 것.

이를 두고 정두언 의원은 “양김 시대에도 동네 이름을 썼지, 개인을 숭배하는 냄새를 풍기는 성씨는 쓰지 않았다”며 “우리 정치는 몇십 년 전으로 퇴보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 정치가 독재에 맞서 보스정치가 횡횡했던 시절보다 더 회귀했다는 비판인 셈이다.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박 대통령과 측근들을 겨냥해 ‘권력자’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도중 여야의 상반된 모습.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연설 중간 20여 차례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사진=뉴시스>
◇ ‘물개박수’부터 전국민 앞 친분과시까지…점입가경

물론 여기에 해당되는 일부 정치인들은 ‘언론’으로 화살을 돌리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언론이 스스로 분류한 것일 뿐, 자신들은 어떠한 계파분류도 하고 있지 않다는 항변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언론에서 알아서 분류하고 낙인을 씌운 것이지, 배지들이 직접 ‘내가 친박이다 아니다’라고 얘기한 사람은 거의 없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보인 새누리당 현역의원들의 모습은 이 같은 항변을 무색케 했다. 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는 박 대통령을 향해 너도나도 손을 뻗으며 악수를 요청했다. 퇴장하는 대통령을 향한 의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정도가 과했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등을 돌리고 있는 박 대통령의 팔을 억지로 당기며 악수를 시도하는가 하면 친박핵심이라는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존재감을 과시, 맞잡은 손을 꽤 오래도록 놓지 않았다. 당시 본회의장 참관석에 취재진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민 앞에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뿐만 아니라 ‘박수부대’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맞춰 크게 박수를 쳐 타 의원들의 갈채를 유도하는 식이다. 잘 보이고 싶은 의지가 너무도 강했을까.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북한은 이제 수소폭타 실험까지 공언하며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박수를 크게 쳤다가 주위 의원들의 빈축만 사는 촌극도 벌어졌다. 한국 정치현실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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