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밝힌 우선추천제 적극 활용 방침 발표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추천제가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해석되면서 그간 추진해온 상향식 공천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취재진이 물러난 비공개 회의로 전환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곤 책상을 내리치며 10여분 동안 격분을 토해냈다.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전날 당사 브리핑을 통해 밝힌 ‘공천위 결정 사항’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선거를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최고위에서 의결되더라도 공천장에 도장을 못 찍는다”고 못을 박았다. 김무성 대표는 왜 그리 화가 났을까.

◇ 다시 원점… 전략공천으로 변질된 우선추천제 ‘수용 불가’

갈등의 핵심은 ‘우선추천제’다. 공천 신청을 한 사람이 없거나,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지역, 여성 또는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에 대해 경선 없이 1명을 우선해 공천할 수 있는 제도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도 보장됐다. 하지만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밝히면서 제도 도입 취지와 다르게 해석됐다. 사실상 전략공천이라는 것. 그간 상향식 공천을 추진해오던 김무성 대표와 상반된 결과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원칙적으로 17개 모든 광역시도에서 최소 1곳에서 최대 3곳까지 우선추천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면서 “후보자 추가 공모나 재공모, 후보자 지역구 재배치 등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최소 17곳 이상 최대 51곳에서 전략공천이 가능해진다. 특히 현역 의원 12명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인 대구의 경우 최소 1명 이상의 의원은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김무성 대표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직후 공천관리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을 차례로 불러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그 결과,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개인 의견”으로 결론지었다. 공천위에서 합의도 안 된 내용을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것. 이에 따라 김무성 대표는 이한구 공천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공천관리위원들은 정해진 공천룰 속에서만 활동할 수 있지만,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게 김무성 대표의 주장이다.

▲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의 반발에도 우선추천제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자꾸 (간섭)하면 당 대표가 물러나든지, 내가 물러나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제발 좀 김무성 대표가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한구 공천위원장도 쉽사리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는 이날 공천관리위원들과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자꾸 (간섭)하면 당 대표가 물러나든지, 내가 물러나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제발 좀 김무성 대표가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역공을 폈다. 앞서 그는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우선추천제 방침 발표를 강행했다.

실제 친박계와 비박계 진영에선 각각 이한구 공천위원장과 김무성 대표를 옹호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친박 윤상현 의원은 “공천위가 정한 경선 방법에 후보자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고, 김재원 의원도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발표 내용은 모두 당헌·당규에서 정한 공천위 권한 내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 인사들은 “당헌·당규를 제멋대로 해석했다”면서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주제넘은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온도차 보인 선거인단 구성 비율… 일반국민 100% 경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밝힌 선거인단 구성 비율이 다툼의 소지가 있다. 새누리당은 그간 일반국민과 당원의 7대3 비율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반국민 100% 경선을 예고해왔다. 하지만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후보자간 합의가 되면 7대3 비율을 그대로 가져가지만, 합의가 안 될 경우 신인들 입장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일반국민 100%로 하겠다”는 것. 결국 선거인단 비율에 합의를 볼 수 있는 곳이 드문 만큼 다수의 지역에서 일반국민 100%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자격심사’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사실상 현역 의원의 물갈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이미 ‘악역’을 각오하며 “질적인 평가를 통해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최대 한도로 하겠다”고 밝혔다. 공천 칼바람이 예고되면서 당내 불만과 내홍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