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한바탕 힘겨루기를 한 데 이어 18일에서 서청원 최고위원과 면전에서 공개설전을 벌였다. 서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다툼에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이 자알 돌아간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야권의 분열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새누리당이 ‘공천갈등’이라는 암초를 극복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180석을 얻어야 한다’는 자신감은 쏙 들어간 지 오래다. ‘적신호’가 켜진 상황임에도 공천을 둘러싼 계파갈등은 더욱 가열되고 있어 지지층의 이탈만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최근의 새누리당과 19대 총선 ‘민주통합당’과 비교하는 시각이 많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선관위 디도스 사건 등으로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유리했던 구도에도 불구하고, 친노와 비노 사이 공천내분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패배’했다. 야권분열이라는 호재에 안주, 공천싸움만 골몰하고 있는 현재의 새누리당과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 새누리당, 야권분열에 안주해 공천싸움만…19대 ‘민주통합당’ 오버랩

그 사이 분열됐던 야권은 인재영입과 혁신경쟁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 체제에서 당명과 색까지 바꾸며 혁신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새누리당의 혁신을 주도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를 맡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이 충성도 높은 고정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어, 3자 대결구도에서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지층 결집을 마친 더민주과 국민의당이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 최종 선거연대를 이룰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 더민주의 정당지지율은 안철수 대표의 탈당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국민의당도 10%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야권의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 지지율과 비슷하거나 상회한다.

특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된 이상돈 교수는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단은 연대가 없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면서도 “선거 막판에 가서는 지역 단위로 후보자끼리 한 후보가 양보하는, 이런 상황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개별적인 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내 의원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김용태 서울시당위원장은 “새누리당 지지율 상당부분은 지리멸렬한 야당 때문에 덤으로 갖고 있던 것”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 기조까지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정두언 의원은 “새누리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무책임, 무능, 무대책의 3무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한 선거통은 “일반적인 구도는 보수 40, 진보 30, 무당층 30 이다. 야권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외연확대로 무당층을 끌어들이면, 선거판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야권이 분열된 현재, 구도상 새누리당이 유리하지만 마지막 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연합뉴스와 KBS, YTN 등이 실시한 주요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나 안철수 대표가 1위를 하는 등 3자 구도에서도 야권의 지지가 높게 나오는 현상도 벌어졌다. <데이터=코리아리서치, 마크로밀엠브레인>
◇ 위기에도 밥그릇 싸움만 점입가경, ‘당 자알 돌아간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실시된 주요언론사의 격전지 여론조사에서 조금씩 현실화 되고 있다. 혼전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야권후보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는 ‘3자대결’에서도 야권의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상황도 나왔다.

지난 15일 KBS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격전지로 분류된 서울 마포와 대구 수성구 등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3자대결로 실시된 인천 계양을과 서울 노원병에서는 더민주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각각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그보다 앞서 발표된 YTN의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더민주 우상호 의원의 지지율이 43.3%로 29.4%에 그친 이성헌 전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순천곡성의 이정현 의원과 서울 종로의 오세훈 전 시장이 선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 후보가 크게 눈에 띄는 약진은 없었다는 평가다.

이처럼 조짐이 좋지 않음에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공천갈등에 휩싸여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도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내 공천문제와 관련해, 서로가 서로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르렁 댔다. 지도부의 밥그릇 싸움을 지켜보던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이) 자알 돌아간다. 나라가 위기의 상황에서 지도부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부끄럽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 조사내용 : 20대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
▲ 조사기관 : YTN, 마크로밀엠브레인
▲ 조사기간 : 1/30~2/1
▲ 조사대상 : 서울 마포갑(506명), 서대문갑(509명) 유권자 
▲ 조사방법 : 유무선 전화면접(성, 연령, 지역할당 후 RDD)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4.4%p
▲ 응답률 : 마포갑 7.9%, 서대문갑 7.6%

▲ 조사내용 : 20대 총선 격전지 여론조사
▲ 조사기관 : KBS, 연합뉴스, 코리아리서치
▲ 조사기간 : 2/11~2/14
▲ 조사대상 : 서울 노원병(500명), 인천 계양을(500명), 대구 수성갑(500명) 유권자
▲ 조사방법 : 유선 전화면접(성, 연령, 지역할당 후 RDD)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4.4%p
▲ 응답률 : 서울 노원병 7.6%, 인천 계양을 7%, 대구 수성갑 12.3%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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