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3월 21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서울 중구 T타워에서 SK텔레콤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는 모습.<출처=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텔레콤이 지난 2014년 발생한 통신장애 사건과 관련해 약속했던 '생계형 가입자들에 대한 배상'을 번복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참여연대가 최근 공개한 SK텔레콤의 통신장애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서울지방법원 2심 판결문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재판과정에서 "생계형 가입자에 대해 별도로 배상할 경우 다른 가입자들과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배상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 SK텔레콤, 통신장애 발생 당시 "생계활동 피해자들에 별도 조치 할 것"

SK텔레콤의 통신장애 관련 사건은 재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4년 3월 20일 SK텔레콤을 사용하는 일부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6시간가량 통신이 끊기는 장애를 겪었다.

이 같은 SK텔레콤의 통신장애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절반을 점유 중인 통신사였던 만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가 업무에 필수인 대리운전기사 또는 퀵서비스 기사 등은 하루 수익을 고스란히 날리는 피해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시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장애 발생'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통신장애로 생계 활동에 지장을 입은 고객들에게는) SK텔레콤 영업사원들이 방문해 피해사례를 확인하고, 별도로 추가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SK텔레콤의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 등 대리기사와 일반인 등 18명은 SK텔레콤을 상대로 26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는 지난 17일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대리기사 등 원고 측은 ▲SK텔레콤 피해배상약관의 부당성 ▲'생계형 가입자에 별도 배상하겠다'는 SK텔레콤의 약속 등을 근거로 배상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재판부 "도덕적 비난 받을 일이지만… 법적 책임 묻기 힘들어"

재판부는 "이동통신 사업의 특성상 통신장애는 피할 수 없다"며 "그 때마다 이용자들의 손해를 모두 배상할 책임을 지운다면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과도한 위험부담을 지우는 셈이 되고 이는 결국 전체적인 요금인상으로 이어져 고객의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또 "이용자가 이동통신으로 얻는 경제적 가치는 이용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통상적으로 고소득자가 얻는 경제적 가치가 저 소득자가 얻는 경제적 가치보다 많을 것"이라고 가정한 뒤 "통신장애로 인한 실제 손해를 모두 배상한다면 저소득 이용자에 비해 고소득 이용자를 우대하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약관과 관련해선 "관할 행정기관 장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가된 약관"이라며 "손해배상조항은 2012년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연구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종전 약관에서 정한 장애발생 기산시점, 최소 배상기준시간 및 최저 배상기준보다 고객에게 유리하게 개선된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생계형 가입자에 별도 배상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선 하지 않기로 최종결정한 것과 관련해선 "SK텔레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을 발표해 일시적으로 여론의 비난을 모면하려 한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순 있다"며 "개별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법적 책임을 지게하기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및 원고 등은 "재판부가 거짓 대국민사과를 하고 피해자와 국민을 기만한 SK텔레콤을 꾸짖어야 함에도 오히려 두둔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동원한다"며 "곧 대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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