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의 외연확대를 위해 영입했던 김종인 대표와 이상돈 교수가 정체성 논란으로 인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개성공단 중단과 관련, 햇볕정책의 실패를 주장해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외연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우클릭’ 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대북이슈 쓰나미에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설전으로 시작된 정체성 논란은 김종인 대표와 이상돈 위원장까지 번지며 확대되고 있다. 급기야 서로의 과거전력을 들추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까지 서슴치 않는 모양새다.

시작은 문재인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SNS 설전이었다. 정 전 장관의 국민의당 입당소식이 전해지자 문 전 대표는 “잘 됐다.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고 나니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 분명해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4.29 재보선 당시 정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의 ‘우클릭’을 비판, 진보대통합을 위해 탈당을 선언했다. 그랬던 정 전 장관이 ‘우클릭’을 표방한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을 두고, ‘정체성’에 의문을 표한 것.

◇ 문재인-정동영 갈등, 과거전력 들춰내며 당대 당 전면전 확대

이에 대한 정 전 장관의 반박은 직접적이고 원색적이었다. 정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부터 개성공단과 남북문제에서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김종인 대표를 정조준 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서도 “한미 FTA의 주역을 영입하면서 신자유주의 쪽으로 급속히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세우기에 일조하고 야당이 반대한 FTA를 추진한 인사를 영입한 것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두 야권의 전직 대선후보의 설전은 다른 의원들에까지 번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문 전 대표의 측근인 진성준 의원은 이상돈 교수를 겨냥, “정동영 전 의원이 그런 말할 처지와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한 국민의당에 입당한 사람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보위 전력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것 자체가 야당의 전통을 포기한 행위”라며 “대북송금 특검으로 햇볕정책을 망가트린 문 전 대표는 햇볕정책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 했다. 이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는 박주선 최고위원의 지난 대선당시 ‘박근혜 후보지지’ 소동을 언급,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적통 논란은 문재인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SNS설전에서 시작됐다. 이는 당대 당의 전면전으로 비화됐고, 급기야 과거 전력들을 들춰내며 원색적 비난전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지난해 4.29재보선 당시 만났던 두 사람의 어색한 회동 모습. 뉴시스>
◇ 성급했던 ‘우클릭’, 정부여당발 안보의제에 정체성 ‘와르르’

물론 당의 정체성 논의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필요하다. 정체성과 명확한 노선 확립이 공당의 기본 토대라는 판단에서다. 우클릭이든 좌클릭이든 중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혁신과 정권교체를 위해 김종인 대표를 영입했다고 밝혔으나 지지자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야권이 많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는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역시 당의 정체성을 세우고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아닌, 지지를 얻기 위해 오락가락 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발 안보이슈에 야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유다. 

그러나 야권의 정체성 논란은 앙금만을 드러내는 등 야권전체를 깍아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논쟁은 내부로까지 번져 서로의 책임을 묻는 모양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영입된 계몽절대군주의 판단에 따르면 만사 오케이인가”라면서 “더민주 내 친문이건 반문이건 다른 것은 몰라도 햇볕정책과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우클릭 기조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침묵하는 다수의 의원들을 겨냥했다.

총선출마를 준비하는 더민주의 한 관계자도 “문재인 대표가 비주류에 흔들릴 때, 다수 의원들이 도대체 뭐했느냐. 어느 칼에 죽을지 몰라 숨만 죽이고 있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논란도 마찬가지다. 그 쟁쟁하던 486 선배들도 지도부가 공천을 안 줄 까봐 무서워도 아무 말도 안한다.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동영 전 장관 역시 “햇볕정책이 핵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햇볕정책은 증오를 용서와 화해로 바꾸는 정책이며, 핵 무제를 푸는 근본 해법은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입당 당시 ‘햇볕정책은 실패했다’고 밝힌 이상돈 교수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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