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총선 선관위 고발 및 수사의뢰 현황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여야 정치권의 20대 총선 공천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선거법 위반혐의로 선관위에 적발돼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 등 여야의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거풍토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다.  

22일 기준 중앙선관위의 자료에 따르면, 총 54건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짙다고 보고 조치를 취했다. 이 가운데 42건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했으며, 12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혐의가 있고 증거가 현존하는 경우 고발을, 혐의는 있으나 정황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증거확보를 위해 수사기관에 의뢰한다.

◇ 금품 및 향응 제공 26건 최다, ‘금권선거’ 풍토 여전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짙고 증거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고발을 통해 수사기관의 ‘기소’를 요청한다. 반면 혐의는 분명한데 증거가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 수사의뢰를 한다”며 “고발이 수사의뢰 보다 (혐의) 강도가 더욱 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해 적발된 사례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권자들이나 당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며 식사제공이나 금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선거에 유리하도록 보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충남의 한 후보는 당원단합대회 참석한 당원들에게 대가서 금품을 제공하고,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탑승자에게 술과 음식물 등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박 아무개 후보는 자신의 집에 선거구민들을 모아 음식물을 제공하며 지지를 호소한 사실도 적발됐다.

인천의 다른 한 후보는 지난해 9월 경 언론사와 인터뷰 직후 자신을 부각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자신의 기사가 수록된 잡지를 수령하는 대금형식으로 언론사에 금품을 제공하고, 해당기사를 불로그에 포스팅 하는 등 선거운동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의 선거운동이 아닌 방법으로 지지를 호소해 적발된 사례가 10건으로 다음 순이었다. 보도의 형식을 띄고 있으나 사실 홍보물과 같은 자료를 각종 일간신문에 삽입해 살포하는 행위, 선관위의 심의를 받지 않은 홍보물 유포 등이 대표적이다.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불리한 기사를 작성, 통상발생부수 보다 증보해 지역구 등에 뿌린 경우도 있었다. 경기 지역의 한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 외에 유사기관을 지역구 내에 하나 더 설치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조치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기부행위나 허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포하는 행위도 각각 5건이 적발됐다. 서울의 한 예비후보자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모임 등에 행사에 저서를 배부하거나 기부행위를 해 지난달 19일 선관위로부터 수사의뢰 조치를 받았다. 부산의 한 예비후보자는 실제 여론조사를 하지도 않았음에도 허위의 여론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언론사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선관위로부터 고발 조치되거나 수사의뢰 대상자가 속출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공천심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투명한 정치를 위해 공천과정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진=뉴시스>
◇ 선거법 위반 ‘경종’ 울려야, 공천심사에 반영될까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이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남이 8건으로 뒤를 이었고, 서울과 부산, 충북, 충남이 각각 4건으로 집계됐다. 인천과 경북이 3건, 강원과 대구, 제주, 울산이 2건이었고, 광주 대전 전북과 전남이 각각 1건씩의 사례가 있었다.

한편 선거법 위반 혐의자들이 속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공천심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고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당한 인사들은 경선에서 배제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위원장은 앞서 “상향식 공천 하에서 국민들의 뜻이 반영되려면 후보자 정보제공이 잘 되어야 하고, 후보자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에서 금품수수 등 여러 가지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상향식 공천제도의 취지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며 부적격자 경선배제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여야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직 혐의가 있다는 것일 뿐 최종 판결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공천심사나 경선에 배제하기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부 혐의자의 경우, 사안이 가볍거나 ‘선의’인 경우도 존재한다.

다만 선거법 위반 혐의에 후보자 본인이 직접 연루된 경우나 금품관련 내용은 보다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선거운동에 경종을 울릴 필요에서다. 무엇보다 선거 이후 관련법 위반으로 징역이나 100만 원 이상 벌금형 판결이 나올 경우, 재보선이 불가피하다. 선거비용 역시 국민혈세로 보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에 더욱 엄밀한 심사가 요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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