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피해기업 돕는다며 ‘개성공단 바자회’ 개최
알고보니 백화점 입점 브랜드 행사… ‘개성공단 돕기’ 생색 뒷말

▲ 개성공단 철수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돕는다는 취지의 롯데백화점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 행사에 사실상 개성공단에 입주한 소규모업체들은 소외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 행사장의 모습.<사진=뉴시스>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최근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개성공단 철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5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해 개성공단 내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34개 협력사(58개 브랜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달 19일부터 ‘개성공단 패션 대(大)바자’ 행사도 진행해 기업들의 재고 소진과 자금 확보 등의 지원에 나선다고도 밝혀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개성공단 철수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돕는다는 취지의 행사에 사실상 개성공단에 입주한 소규모업체들은 소외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바자회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상품 판매대의 상품을 살펴본 결과 원산지가 중국, 미얀마, 베트남 등 외국으로 표시된 제품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 개성공단 철수로 실질적인 피해 본 소규모업체들은 소외

이와 관련 개성공단상회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해당 바자회는) 소규모 중소업체 위주가 아닌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중에서 개성공단과 관련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기업들은 대부분 원청업체로, 코오롱·라푸마 같은 유명 브랜드다. 이러한 기업들은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들에 하청을 주는 업체로, 롯데백화점은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번 바자회를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롯데백화점이 기획한 해당 바자회가 겉으로는 개성공단 철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돕기 위한 행사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백화점에 입점한 유명브랜드의 상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상회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안타까운 건 개성공단 철수로 실질적인 피해를 본 업체들은 인지도가 없는 우리 같은 소규모 브랜드들”이라며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입점기업들 위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하기로 한 것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특히 바자회에 참여하는 백화점 입점기업들이 개성에서 만들어진 제품보다 미얀마산이나 베트남산 등 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구심이 들 것”이라며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기 위해 바자회에 방문했을텐데 실상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외국의 이름이 버젓이 올라있으니 항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은 ‘시스브로’ 또한 마찬가지다. 시스브로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측 중소기업들의 공동 브랜드다. 시스브로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롯데백화점에서) 바자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행사가 진행되는지에 대해 오늘(24일)에야 알았다”며 “롯데백화점 측으로부터 전혀 행사 참여 제안을 받은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사위크>는 롯데백화점 측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변밖에는 얻지 못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해당 논란이 일어난 오늘, 뒤늦게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측에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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