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합류 요청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합류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은 답변 없이 미소만 지었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두 사람은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불어민주당에 마음이 기운 모양새다. 입장 표명을 앞둔 정운찬 전 총리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한 이후 더민주행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손학규 전 고문은 <시사위크>가 확인한 결과,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더민주의 평당원으로서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국민의당 측의 기대와 달리 손학규 전 고문의 탈당이 희박한 것으로 내다봤다.

◇ 손학규, 안철수의 합류 요청에 미소만… 탈당 힘들 듯

손학규 전 고문을 영입하기 위해 국민의당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실무진 차원에서 합류를 제안했다가 부정적인 답변을 받은 바 있으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손학규 전 고문이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합류한 측근들에게 20대 총선 당선을 기원하는 전화를 돌린 데 이어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과 ‘정치권 새판짜기’를 주장하는 목소리에서 교집합을 찾은 것이다.

실제 손학규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다녀오며 ‘새로운 역동성’과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우물에 빠진 정치에서 헤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은 이달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축하모임에서도 계속됐다. 이를 두고 안철수 대표는 “그런 말씀이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6일, 손학규 전 고문의 사위 빈소가 차려진 서울성모병원에서다.

▲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난 26일 손학규 전 고문의 사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당 합류를 요청했다. 하지만 손학규 전 고문은 답 없이 미소로 대신했다. <사진=뉴시스>
이날 안철수 대표의 러브콜은 절실해보였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으나, 빈소를 찾아 1시간 가까이 머물며 자리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손학규 전 고문에게 “속이 까맣게 타는데 (얼굴이 좋다고) 사람들이 오해를 하니 억울한 점도 있다”면서 “제3당을 한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정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꼭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손학규 전 고문은 빈소 정문까지 안철수 대표를 배웅하면서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국민의당 측은 손학규 전 고문의 미소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안철수 대표와 빈소에 동행한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손학규 전 고문이 말없이 웃으며 격려해줬다. 호감을 갖고 있는 분위기였다”면서 “희망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학규 전 고문 측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새판짜기는 일반적인 국민의 바람”을 말한 것일 뿐 정계복귀를 위한 몸풀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탈당 전력이 있는 만큼 국민의당 합류를 위해 또다시 탈당을 강행하기란 쉬운 선택이 아니란 분석도 덧붙여졌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다. 바로 안철수 대표의 삼고초려다.

◇ 정운찬, 비례대표 출마 염두 “결정 기다려 달라”

손학규 전 고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정운찬 전 총리는 사실상 정계 입문 초읽기에 돌입했다. 그간 더민주와 국민의당 측으로부터 숱한 영입 제안을 받아온 그는 조만간 입장 표명을 밝힐 계획이다. 신학기에 예정된 서울대 강의는 이미 폐강했다. 한 측근은 정운찬 전 총리의 충남 공주 선영 방문을 예고하며 “정치 참여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실제 정운찬 전 총리도 “지금 내가 지역구로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비례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당적이다. 당초 국민의당 합류가 점쳐졌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지난 24일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되면서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전날 정운찬 전 총리는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마련된 ‘동반성장과 한국경제’ 강연에 참석해 안철수 대표와 만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양당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면서 “국민의당에서 (더민주 얘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만난 뒤 더민주행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운찬 정 총리는 29일 뉴스1과 통화에서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영입 제안도 사실무근으로 주장했다. 그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오래 안 사이라 개인적인 일로 만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다려 달라”고 밝힌 만큼 정운찬 전 총리의 결단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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