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지주가 사외이사 전원을 유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권의 대표 내분사태로 기록되는 ‘KB사태’가 터진 지 약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2014년 4월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시작됐던 이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은 그 해 국민은행장과 지주 회장의 동반 사퇴라는 초유의 결과를 낳으며 KB금융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러나 이후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했던 KB금융은 그해 말 윤종규 지주 회장 체제를 맞이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처럼 현재 ‘조직’은 안정을 되찾은 상태이지만 정작 ‘쇄신 의지’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외이사 7명 전원 유임…

‘KB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사들이 속속 핵심 요직으로 복귀하는가 하면 작년 내놓은 내부적 혁신안마저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비쳐지고 있어서다. ‘KB사태’ 이후 사외이사들의 권력화를 막기 위해 기존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던 KB금융지주는 최근 이 같은 규정을 1년 만에 ‘무용지물화’ 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어 사외이사 7명 전원을 유임시키기로 의결했다. 추가 임기는 1년으로 사추위는 이미 이사회 보고를 거친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유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최운열 서강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등 7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임기 1년의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논란을 낳았다. 작년 KB금융이 ‘조직 혁신’ 차원에서 사외이사를 임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며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 이내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의 사외이사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년의 연임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KB금융은 기존의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줄인 바 있다. ‘KB사태’ 이후 사외이사 권력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쇄신 차원의 결정이었다. 

또 모범규준에 따라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대내외 평가를 실시해 1명 이상을 연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KB금융은 사외이사 전원의 유임을 결정하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내부 규정을 손질해 임기를 사실상 2년으로 늘려 기존의 발표한 내부 혁신안을 무용지물 화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하지만 KB금융 측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기본적으로 2년 이내로 보장된다”며 “‘KB사태’가 터진 후 사외이사들과 관련한 문제가 터지면서 작년 사외이사 임기를 기존에 2년에서 1년으로 정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해 지주사 사외이사 7명이 전원이 교체됐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큰 변화를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사외이사들에 대한 평가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외이사를 다시 뽑는 것도 제약이 있어 연임을 결정했다”며 “다만 아직 임기 기간 규정 자체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 일단 1년의 연임을 결정한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통상 2년으로 바뀔 지는 결정되지 않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KB금융 관계자는 “충분한 검증을 거쳐 다양한 분야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업무를 잘 수행해 왔기 때문에 유임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사외이사에 평가 후 일부를 교체해야 하는 조항에 대해선 “기존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차원에서 2년을 채우고 평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조직 쇄신 의지' 퇴보했나 … KB사태 핵심 인사 속속 '복귀'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곱지 않은 시선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논란과 더불어 KB의 ‘쇄신 의지’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속속 KB사태의 핵심 인사들이 속속 복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런 시선은 더욱 짙어가고 있다. KB사태 여파로 경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던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작년 3월 KB캐피탈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올해 연임에도 성공했다.

또 윤웅원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KB국민카드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KB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경징계를 받고 회사를 떠난 지 1년만의 복귀한 것이다. 이들 개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 결정이지만, 앞서 약속한 조직 쇄신 의지를 고려하면 개운치 않는 뒷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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