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내정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새로운 사장을 맞이한다. 그런데 다소 이례적인 행보가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18일 경기도 이천의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가장 핵심 안건은 신임 사장 선임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장병우 상근고문을 신임 사장 및 사내이사 후보자로 내정했다.

◇ 현대엘리베이터가 원한 그 남자

여러모로 눈길을 흥미로운 사장 선임이다. 먼저 장병우 내정자는 1946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71세다. 1956년생인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사장보다 10살이나 많다.

뿐만 아니다. 경력 상으로도 장병우 내정자가 한상호 전 사장의 ‘선배’격이다. 장병우 내정자는 과거 오티스LG(현 오티스엘리베이터)의 대표를 맡은 바 있고, 한상호 전 사장 역시 오티스LG에서 전무까지 지냈다. 즉, 한상호 전 사장이 과거 모시던 ‘상사’가 이제 그의 후임으로 내정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장병우 내정자 사장 선임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그를 사장 자리에 앉히려 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금처럼 장병우 내정자를 후보자로 결정해 주주총회 안건에 상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과거 그가 몸담았던 오티스 엘리베이터 측이 ‘이직금지’ 조항을 들어 반발하고 나섰다. 동종업계 이직에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현대엘리베이터의 장병우 사장 선임은 무산됐고, 사장 자리는 넉 달 동안 공석이 되고 말았다.

그때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한상호 전 사장이다. 한상호 전 사장은 2011년 7월 부사장 및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현대엘리베이터에 입성했다. 앞서 밝힌 대로 그 역시 오티스 엘리베이터 출신이다.

이후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장병우 내정자를 쉽게 놓지 않았다. 지난 2014년 고문으로 그를 영입했다. 그리고 이제 재차 사장 선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이례적인 행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고문 자리에 앉는 경우는 많지만, 고문에서 사장이나 회장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 장병우 내정자 능력 뛰어나지만, 인재육성도 필요해

이러한 내용을 쭉 살펴보면, 장병우 내정자를 향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상당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장병우 내정자는 이미 엘리베이터 업계에서 인정을 받은 인물이다. 세계 1위 오티스 엘리베이터 내에서도 서열 10위안에 들었을 만큼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1973년 럭키(현 LG화학)에 입사해 LG화학 및 LG전자 해외법인에서 15년간 근무한 장병우 내정자는 특히 세계무대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1위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세계 1·2위인 오티스와 쉰들러에 비하면 아직 1/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큰 도약을 위해선 적극적인 해외공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을 필두로 동남아, 중동 등이다. 장병우 내정자는 과거 오티스LG 시절에 이 지역들을 무대로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그만한 인물이 없는 이유다.

오티스 엘리베이터 출신을 영입해 쏠쏠한 효과를 봤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전까지 주로 현대그룹 출신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었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1년이다. 비록 장병우 내정자 선임에 실패했지만, 대신에 같은 오티스 엘리베이터 출신인 한상호 전 사장을 영입했다.

일각에선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한상호 전 사장은 회사를 잘 이끌었다. 영업적인 측면에서의 성과는 물론 효율성과 비용절감 등의 효과도 불러온 그다. 결과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도 크게 올랐다. 외부 인사 영입에 거부감보단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장병우 내정자의 경우 이미 과거 한 차례 교감이 있었을 뿐 아니라,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어 내부사정에도 익숙하다.

물론 일각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훌륭한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내부인재 육성의 부족함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찌됐든 경쟁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자존심을 구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업계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능력이 출중한 경영인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미래를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글로벌 인재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병우 내정자도 고문시절부터 글로벌 인재육성을 강조했던 만큼, 사장에 선임되면 이러한 부분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