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이 8일 이례적으로 북한의 전방위적 사이버 공격 사례들을 공개하며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북한의 소행으로 알려진 ‘3.20 사이버테러’ 관련, 당시 전길수 한국인터넷진흥원 단장이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국정원이 8일 발표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 사례대로라면 국가비상사태다. 국방부는 물론 인터넷뱅킹, 인터넷카드결제 등에 사용하는 보안소프트웨어 제작사의 내부 전산망과 이를 납품하는 업체의 전자인증서(코드서명)도 해킹됐다. 뿐만 아니다. 국내 주요 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이 털렸고, 지방의 철도운영기관 직원들의 메일 계정과 패스워드 탈취가 시도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북한의 해킹 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북한 소행’ 근거 없는 발표… 국정원의 무능 재확인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6만여대의 좀비PC를 만든데 이어 올해 1월에만 세계 120여개 국가에 1만여대의 좀비PC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또 6800여명의 인력이 사이버전을 수행하고 있다. 전문 해커 1700여명에 이르고, 이들을 5100여명이 지원한다. 그간 영재들을 선발, 해커사관학교(금성 제1·2중학교)에 진학시켜 집중적으로 양성한 결과다. 이들은 매년 5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은 뒤 북한군 정찰총국 내 사이버전지도국과 총참모부 소속 적공국 등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 조직을 ‘최고사령관의 별동대’라고 부른다.

국정원의 이 같은 언론 공개는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해킹 능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제각각인데다 야권으로부터 ‘여론몰이’ 의혹을 사면서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둘러싼 진위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발표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추측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때문에 일각에선 국정원의 이례적인 언론 공개를 의도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사이버테러 방지법을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라고 하는데, 지난 2006년에 최초로 발의된 법안이 10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정청이 잘 협력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테러 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말했다.

▲ 국정원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사례들을 공개한 뒤 최종일 3차장을 주재로 국무조정실, 미래부, 금융위, 국방부 등 14개 부처 국실장이 참석하는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를 열었다. <사진=국정원 제공/뉴시스>

공교롭게도 다음날 국정원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사례들을 공개했고, 최종일 3차장을 주재로 국무조정실, 미래부, 금융위, 국방부 등 14개 부처 국실장이 참석하는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다시 한 번 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국가비상사태’라는 게 그 이유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오프라인 테러를 막을 방패를 준비했으니 이제는 온라인 테러를 막을 방패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 3위? 북한의 해킹 능력 둘러싼 평가 제각각

오해의 소지는 충분하다. 국정원은 국가비상사태를 불러온 ‘중대 사안’을 국회 정보위에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열거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 사례들은 이미 지난 1월과 2월에 발생한 일이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이버테러 위협이 있었으면 국회 정보위에서 막았다, 못 막았다는 보고를 했어야 했다. 막았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못 막았다면 국정원이 징계를 받을 사안”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사실상 이번 발표는 국정원의 무능을 스스로 보여줬다. 앞서 국정원이 사이버위기경보를 격상하고,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의 동태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알면서도 당했다’는 얘기다.

물론 경계는 필요하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장기전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할 때까지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당장의 사이버 공격력을 가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현재 북한의 해킹 능력은 중국과 이란 등의 국가보다 부족한 실정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북한의 해킹 능력이 세계 3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북한에 대한 외교·안보라인의 정보 취합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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