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
[시사위크=이형운 발행인] 1992년 미래학자 폴 케네디는 로봇과 자동화를 통한 신산업혁명에 대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이나 경찰업무와 같이 독자적 행동을 요구하는 직업은 기계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 의사, 교수는 각기 그들의 분야에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폴 케네디는 저서 ‘21세기 준비에서 미래 노동산업에 대해 로봇이 대체하는 신산업혁명을 예고하면서도 인간의 독자적인 사고가 필요한 영역에는 로봇이 그 일을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확언했다.
 
불행하게도 폴 케네디의 이 같은 전망에 큰 오류가 생겼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인간의 뇌처럼 신경망을 갖고 학습할 수 있는 로봇을 상상도 할 수 없던 때라 당연이 인간의 고차원적인 사고가 필요한 영역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프로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은 폴 케네디의 전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한 바둑에서조차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5번 대국을 펼친 결과 알파고가 4번 승리했고 이세돌은 1번 이기는데 그쳤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있기 전까지 이세돌의 절대적인 우세를 점치는 바둑계 프로기사들이 많았다. 거의 무한대에 가까이 수를 낼 수 있는 바둑에 인공지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이세돌의 우세를 점쳤다. 실제 이세돌 자신도 알파고와 바둑대결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세돌의 이 같은 자신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알파고에게 제1국에서 불계패를 당한 이세돌의 표정은 굳어졌고, ‘우려현실로 바뀌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고, 결국 인간의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어찌 보면 제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문화충격인 셈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처럼 우리 사회를 휩쓸자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예산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돈 몇 푼 쏟아 부어 인공지능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만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은 장기적인 플랜과 지속적인 투자 없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인공지능 한국의 현주소는?’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국과 대비해 75% 수준에 머물고 소프트웨어 응용 기술은 74%에 불과했다. 한국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은 중국과 비슷했고, 소프트웨어 응용 기술은 되레 중국에 10% 포인트 뒤지는 수준이다.
 
인공지능 프로젝트 투자액도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브레인 이니셔티브10년간 30억달러(36000억원), 유럽은 휴먼브레인10년간 10억유로(13000), 일본도 관련 연구에 1000억엔(1500억원)을 투입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엑소브레인 사업1070억원을 투입할 뿐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제4차 산업혁명을 인공지능에 맞추고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뒤늦게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흉내만 내는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처럼 선도적인 입장에서 미래산업인 인공지능을 이끌고 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혜안을 갖는 정부의 지원과 미래기술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제4차 산업혁명의 주변국에 머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도 때는 늦지 않았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대기업이 포식성을 버리고 미래에 투자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뒷받침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미래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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