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전관 변호사’ 출신 불법 사외이사 논란

▲ CJ그룹,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의 불법 사외이사 겸직 문제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왼쪽부터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송광수 전 검찰총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 이재원 전 서울동부지검장.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사외이사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출신 고위 인사들을 영입했지만, ‘겸직 가능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외이사에 앉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시민단체 등에선 주요 대기업이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기본적인 결격사유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은 지배구조상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경제개혁연대 “해당 사외이사들, 즉각 자진사퇴해야”

현행 변호사법 제38조 제2항에 따르면 변호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의 업무집행사원, 이사 또는 사용인이 될 경우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문제삼은 인사들은 겸직 신청 등 신고도 없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약 10여명 정도가 지목된 상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문제가 된 인사는 주로 검찰 출신 변호사들로, 법무부장관 또는 검찰총장 등을 역임한 뒤 삼성전자, 기아차, 롯데쇼핑, CJ 등 주요 대기업집단 핵심계열사의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CJ의 경우 김성호 사외이사는 전직 국가정보원장 및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인사다. 그룹 총수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CJ의 사외이사로 올해 재선임됐다.

또 삼성전자 송광수 사외이사는 전 검찰총장 출신으로, 자신이 총장 시절 수사를 지휘했던 삼성전자에서 2013년 이후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두산의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그 외에도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특혜대출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NH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기아차 사외이사 선임에 이어 올해 GS 사외이사로 재선임됐고, 이재원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관할 내에서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했던 롯데쇼핑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논란이 된 검찰 고위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은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주요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진출한 바, 시장에서는 그 자체로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실제 송광수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경우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삼성 측을 대리한 바 있어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어  “삼성전자, 기아차 등 주요 대기업이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기본적인 결격사유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은 지배구조상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들은 총수일가의 절대적인 영향력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었지만, 현행 법률을 위반한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법률전문가로서 이사회에서 감사위원 내지 내부통제 분야의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이들 사외이사들이 현행 법률을 위반해 선임된 것이라면, 그 자체로 사외이사로서 자격이 없으며 향후 해당 회사의 지배구조 위험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사외이사들이 현행법상 겸직 제한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명확한 만큼 즉각 자진사퇴할 것과, 문제가 된 회사들은 조속한 임원해임절차 진행 및 개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불법 사외이사’ 논란이 불거진 22일 하루에만 28명의 변호사가 사외이사 겸직 허가를 신청했다. 이 중에는 3월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물론 겸직허가 없이 상당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한 변호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현행 변호사법의 겸직 제한 규정을 위반한 인사들에 대해 징계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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