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두산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며 회장직을 공식 승계 받았다. ‘4세 경영체제’의 포문을 여는 그가 두산그룹이 품고 있는 각종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25일 서울 을지로 두산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정원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두산의 이사회 의장은 관례상 그룹 회장이 맡아왔던 직책이다. 박 회장의 공식 취임식은 오는 28일 열린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4세 경영체제를 본격 맞이하게 됐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고(故) 박두병 창업주의 맏손자인 박정원 회장은 오래전부터 ‘4세 경영’의 후계자로서 경영수업을 받아온 인물이다. 이번에 그는 ‘3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인 박용만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 ‘실적 부진’ 계열사 재무개선과 신성장동력 육성

하지만 그가 짊어져야 할 왕관의 무게는 무겁다. 그룹이 실적 악화와 각종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직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그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은 셈이다.

우선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주력 계열사들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최대 과제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두산엔진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크게 부진했다. 두산건설과 두산엔진은 수천억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4% 급감했다.

이 여파로 두산그룹은 작년 1조7,0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매출과 영입이익도 각각 6.66%, 73.49% 감소했다. 재무구조마저 덩달아 악화되면서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까지 일제히 강등됐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주요 자산 및 사업 부문 매각과 구조조정, 두산밥캣의 상장, 감자 등의 각종 방법을 동원해 부진한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이 같은 작업을 순조롭게 이끌어 그룹을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시켜야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또 신성장동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하는 숙제도 품고 있다. 두산은 ‘중공업 건설’ 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연료전지와 면세점사업에 뛰어들었다.  연료전지 사업의 경우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으나 사업 초기인 만큼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면세점 사업도 마냥 장밋빛 전망을 예측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두산은 지난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 불리는 면세사업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처음으로 따냈다. 두산은 오는 5월 동대문 두산 타워에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두산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상당하다. 이런 우려를 뚫고 면세점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 역시 그에게 주어진 숙제다.

◇ ‘퇴직 종용 논란’으로 무너진 기업이미지 회복

아울러 ‘기업 이미지 회복’과 ‘퇴직 강요 논란’ 해소도 무거운 과제로 남아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두산그룹은 지난해 계열사에서 불거진 ‘희망퇴직 강요’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수난을 겪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거부한 사원들의 일부를 대기 발령하고 교육 명목으로 인권 침해적 행동을 가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계열사 두산모트롤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두산모트롤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하루 종일 벽쪽 사물함만 바라보게 하는 자리배치를 시행한 것으로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과연 첫 4세 경영인인 박정원 회장이 각종 논란으로 꼬여버린 싵타래를 풀고 두산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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