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훈 신임 르노삼성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박동훈 시대’의 문을 열었다. 판을 흔드는 능력이 탁월한 그가 ‘수장’으로서 르노삼성과 업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지 주목된다.

르노삼성은 프랑수아 프로보 전 사장의 후임으로 박동훈 사장을 선택했다. 지난 2000년 르노삼성이 출범한 이후 첫 번째 한국인 사장이다. 박동훈 사장은 지난 25일 프로보 전 사장과 함께 ‘이·취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사장으로서 닻을 돌렸다.

박동훈 사장은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외조카다. 고 조중훈 회장의 둘째 여동생인 고(故)조도원 여사와 고(故) 박태원 전 인하대 총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인 셈이다.

그는 수입차업계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1978년 한진건설에 입사해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볼보 사업부를 맡아 능력을 발휘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수입차 시장이 터무니없이 좁았던 시절이지만, 볼보는 당시 수입차 업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동차 마니아이기도 했던 그는 이후 줄곧 수입차시장을 무대로 활약했다. 2001년 아우디폭스바겐의 공식 딜러사인 고진모터스 부사장을 거쳐 2005년엔 폭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에 임명됐다. 그의 능력과 입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폭스바겐코리아의 선택은 ‘성공신화’라 불릴 만큼 성공적이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폭스바겐코리아를 떠나 르노삼성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자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힌 상화이었던 반면, 르노삼성은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르노삼성에 ‘박동훈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2013년 12월 출시한 QM3가 ‘소형 SUV’라는 생소한 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2~3년이 흐른 지금, 소형 SUV 시장은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가 됐고, QM3의 입지는 여전히 막강하다. 최근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M6도 박동훈 사장의 작품 중 하나다.

▲ SM6를 소개하고 있는 박동훈 사장.
◇ 꼴찌탈출-3위 도약-연간 10만대 판매… ‘적임자’ 박동훈

사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꼴찌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티볼리 효과’를 톡톡히 본 쌍용차와 신차를 적극 출시한 한국지엠에 밀린 것이다. 이들과 달리 르노삼성은 일부 부분변경 모델만 선보이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런 시점에서 르노삼성이 박동훈 사장을 선임한 것은, 그만큼 그를 믿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SM6를 시작으로 향후 신차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인데, 박동훈 사장은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박동훈 사장이 평소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남들이 안 하지만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QM3, 세단 시장에서 기존의 ‘기준’을 거부한 SM6, 그리고 LPG차량의 ‘도넛탱크’ 도입, 전기차 시장 적극 진출 등만 살펴봐도 그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특히 박동훈 사장은 전쟁터를 누비며 회사를 일군 고 조중훈 회장의 핏줄답게 상당히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지니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상대로도 거침없이 맞서는 그다. 박동훈 사장은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도 “현대차가 만들어놓고, 짜놓은 놀이터에서 놀지 않겠다”며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박동훈 사장의 이 같은 행보와 특징은 그를 향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우선은 르노삼성의 부활 가능성이다. 꼴찌탈출과 3위 탈환은 물론, 2000년대 중반의 ‘전성기’를 되찾아야 한다. 이 같은 당면과제가 해결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적잖은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관건은 박동훈 사장의 장점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달렸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하향세와 수입차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취향과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르노그룹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르노삼성의 특징도 주목해야 한다. 르노삼성은 QM3, SM6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상당한 재미를 봤다. 이는 수입차시장의 ‘베테랑’ 출신인 박동훈 사장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패기 넘치는 박동훈 사장의 성공신화가 르노삼성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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