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 않고 몸을 맡겨”
“문제는 정치”
“담대한 생각·담대한 리더십·담대한 제도가 필요”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자성어 ‘우생마사(牛生馬死)’를 언급, 원칙을 지키며 천천히 미래의 문을 열 것임을 강조했다.

29일 오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우생마사를 언급) 예로부터 말은 헤엄을 잘 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소도 웬만큼 헤엄을 치지만 말보다는 실력이 크게 뒤진다고 한다”며 “그런데 장마나 홍수로 급류가 생긴 강물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말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다가 제자리에서 맴돌지만, 소는 물살에 몸을 맡겨 강가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저는 이 홍수를 민심이라고 생각했다”며 “민심을 거슬러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발버둥을 치면서 정치인을 위한 정치를 하면 지금의 거대 양당처럼 국민의 삶을 돌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민심의 흐름을 따라 조금 느리더라도 원칙을 지키면 국민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열심히 일해 온 우리의 부모들을 위해 이제 대한민국을 다시 설계할 때, 이념과 계파를 넘어서 함께 미래를 설계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인사말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안철수입니다.
 
2016년 봄, 대한민국에 과연 희망이 있는가 많은 분들이 제게 질문합니다. 저는 희망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대로 가면 미래도 희망도 없습니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경제가 문제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지만, 사실 우리는 압니다. 경제는 여전히 정치에 얽혀 있고, 정부의 창조적이지 않은 경제정책은 대기업 중심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오랫동안 반복해온 성장우선의 낙수론은 더 이상 답이 아닙니다. 야당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분배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장론과 분배론의 대립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저 가던 길을 가려는 습관이고 안일함입니다. 상대를 비판하고 반대하기만 하면 못해도 2등은 하는 우리 정치의 주거니 받거니 식의 독점체제는 더 현실적인, 더 미래지향적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나쁜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의당은 이제는 좀 다르게 해보자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반대 대신 토론, 비판 대신 합의가 가능한지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만 바라보지 말고, 정작 정치의 주인인 국민을 중심으로 국민을 기준으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1980년대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습니다. 산에 가서 길을 잃었을 때당황하지 말고 갈래길이 나오면 무조건 왼쪽 길을 가면 돼! 길이 갈라질 때마다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왼쪽, 왼쪽으로 가라고 말입니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난 1990년대 이후 사람들은, 길을 잃으면 무조건 오른쪽으로가면 된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우리사회가 얼마나 이념에 짓눌려 있는지, 얼마나 편가르기로 쉬운 답을 찾아왔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1970년대식,1980년대식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 낡은 제도에 머물러서는 잃어버린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담대한 생각·담대한 리더십·담대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된 나라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개방·혁신·리더십입니다. 폐쇄적인 나라는 쇠락의 길을 걸었고 개방적인 나라는 승자가 되었습니다. 기득권에 사로잡혀 혁신을 거부한 국가·산업·기업은 모두 망했습니다. 개방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리더십입니다. 특히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정치적 리더십이 약한 국가는 모두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지금 한국 정치는 리더십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이끌기는 커녕 쫓아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정치권에는 조선시대 살생부가 돌아다니고 여왕과 짜르가 등장합니다. 한참 거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치는 헌법 1조 1항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이 2004년 총선의 슬로건이었는데, 2016년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는 말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정치는 전쟁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더 가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낡은  정치의 판을 깨야 합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진정 국민 중심의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과거를 버리고 미래로 가야합니다. 1번과 2번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멈춰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국민의 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대한민국 재창조를 위한 담대한 변화를 주도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걸 맞는 산업구조 개편을 제안할 것입니다. 정보혁명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혁명을 선도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두려움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국가가 모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합의를 요구할 것입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말은 헤엄을 잘 치는 동물로 알려져 있지요. 소도 웬만큼 헤엄을 치지만 말보다는 실력이 크게 뒤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마나 홍수로 급류가 생긴 강물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말은 헤엄을 잘 치는 만큼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데,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다가 제자리에서 맴돕니다. 그러다가 지쳐서 익사해버리는 것입니다.

소는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 않고 물살에 몸을 맡겨 강가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한다고 합니다. 거센 물살에 밀려 한참을 떠내려가지만 결국은 땅에 닿게 되고, 목숨을 건지는 것이지요.

저는 이 홍수를 민심이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민심을 거슬러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발버둥을 치면서 정치인을 위한   정치를 하면 지금의 거대 양당처럼 국민의 삶을 돌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처럼 민심의 흐름을 따라 조금 느리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다 보면 국민의 삶도 돌보고 미래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미 10년 이상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아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온 우리 젊은이들의 기회를 위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열심히 일해 온 우리의 부모들을 위해 이제 대한민국을 다시 설계할 때입니다. 이념과 계파를 넘어서 함께 미래를 설계할 때입니다.
 
저희 국민의당이 대한민국을 다시 설계하는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낡은 정치의 판을 깨고 새로운 정치의 판을 만드는 첫 번째 물방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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