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아그룹이 내부거래 공시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3세 경영’의 시동을 건 세아그룹이 출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내부거래와 관련해 여러 지적사항과 약 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이다. 아주 어린 자녀들까지 주식 지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오너일가 색깔이 짙은 세아그룹이기에 더욱 빈축을 사고 있는 모양새다.

◇ 공정위, 세아그룹에 8억8,932만원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세아그룹, 태광그룹, 현대산업개발 등에 대해 내부거래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이들 기업이 내부거래 관련 의결 및 공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선 것이다. 점검 대상 기간은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이다. 공정위는 매년 점검 대상 기업을 선정해 점검을 실시 중이다.

올해 첫 점검대상으로 꼽힌 세아그룹과 태광그룹, 현대산업개발은 모두 공정위의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3개 그룹사를 합해 총 3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 것은 세아그룹이다. 세아그룹은 7개 계열사에서 총 2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현대산업개발은 3개 계열사에서 7건, 태광그룹은 3개 계열사에서 3건이 문제로 지적됐다.

세아그룹의 위반사항 20건 중 미의결·미공시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연공시가 3건, 미공시가 1건을 차지했다. 거래유형별로는 상품용역거래와 관련된 것이 17건, 자금거래와 관련된 것이 3건이었다. 적발된 계열사 7곳은 세아베스틸(8건), 세아이앤티(5건), 세아제강(2건), 세아엔지니어링(2건), 세대에셋(1건), 세아홀딩스(1건), 드림라인(1건) 등이다.

적발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도 해야 한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대기업 오너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견제 및 감시하기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세아그룹의 7개 계열사는 아예 의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공시를 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가차 없이 과징금도 부과했다. 세아베스틸 4억9,000만원, 세아이앤티 1억6,852만원 등 세아그룹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8억8,932만원이다.

▲ 세아그룹 적발 사항.
◇ “관련 규정 바뀐 것 뒤늦게 인지”

세아그룹의 적발 건수 및 과징금 규모는 지난해 적발된 기업집단과 비교해도 눈에 띈다.

지난해 같은 내용으로 적발된 그룹은 KT, 두산그룹, 신세계그룹, 대우조선해양, CJ, LS, OCI, 동부그룹, 금호아시아나, 효성그룹, 대림그룹, 영풍그룹 등 총 12개였다.

이 중 8개 계열사가 23건을 위반해 총 9억9,244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OCI 외에는 세아그룹보다 적발 규모가 큰 곳이 없다. KT는 7개 계열사에서 8건이 적발돼 2억5,520만원, 두산그룹은 4개 계열사에서 6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돼 2억7,200만원, 신세계그룹은 2개 계열사에서 2건이 적발돼 1,472만원이 부과됐다.

특히 세아그룹은 철강업계 중에서도 오너일가의 색채가 가장 짙은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세아그룹의 ‘3세 경영인’인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나란히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에 올랐다. 동갑내기 사촌형제 지간인 두 사람이 세아그룹의 ‘형제 경영’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아그룹의 ‘4세’들은 어린이 주식부호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주성 전무의 아들은 지난 2007년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세아홀딩스 주식 1,010주를 매입했다. 2014년 6월에 태어난 2014년 6월에 태어난 이태성 전무의 아들 역시 태어난 지 1년여 만에 세아홀딩스 지분 1,500주를 취득한 바 있다. 현재 각각 10살과 3살인 두 아이는 세아홀딩스 지분 0.03%와 0.04%를 보유 중이다. 이를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1~2억원을 오간다.

한편, 세아그룹 측은 이번 적발과 관련해 “2012년 4월부로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이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변경됐는데, 이를 실무진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며 “규정 변경을 정확하게 인지한 뒤로는 규정을 정확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아그룹은 앞으로도 공시 제도를 철저히 인지하고, 성시하게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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