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후보는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과 함께 흰색 유니폼으로 통일, 이른바 ‘백색연대’를 형성해 바람몰이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얘긴 옛말이다. 여당의 성지인 대구에서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의 ‘백색연대’에 이어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부겸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성지인 광주는 물론 호남 전역에서 집안싸움을 벌이게 됐다. ‘호남 적자’ 자리를 둘러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신경전은 날이 갈수록 더하다. 여야는 모두 텃밭을 지켜낼 수 있을까. 결전의 날은 이제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 ‘유승민표’ 백색연대 돌풍 불까?

여권의 텃밭으로 대표되는 대구에 바람이 불어 닥쳤다. 이른바 ‘백색연대’다. 컷오프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동구을)·권은희(북구갑)·류성걸(동구갑) 후보를 가리킨다. 흰색 유니폼으로 통일한 이들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31일 동구 금호강 둔치에서 공동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출정식에서 대구의 ‘미래’와 ‘자존심’을 거론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무너져 내리는 우리나라 유일의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을 바로세우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그는 “권력이 저희들을 찍어 내리고 핍박해도 저희 세 명은 절대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번 총선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공천파동에 대한 비판이다.

공교롭게도 유승민 후보는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지명도가 더욱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이 찍힌 이후 청와대발 물갈이설과 공천파동, 김무성 대표의 옥새투쟁에 이르기까지 그는 논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당선하면 복당하겠다”는 다짐은 여전하다. 유승민 후보는 출마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가 없어 사실상 당선이 예고된 상태다.

▲ 호남의 적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사진=뉴시스>
관건은 ‘동지’들의 당락이다. 유승민 후보는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한 다른 후보를 도울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누누이 밝혀왔던 터. 유승민계의 생환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호남 적자’ 차지할 야당은 누가 될까?

야권 분열로 광주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호남의 적통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양측은 서로를 겨냥해 “야권 분열 세력”과 “계파 패권 세력”으로 부르며 비판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야당간 난타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제 지역 민심은 더민주가 아닌 국민의당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지역 정가에선 광주 8개 지역구 가운데 7곳에서 국민의당의 우세로 점쳤다.

여기에 전남·북 20곳은 ‘혼전’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일까. 초반 판세를 에 대해 더민주는 다소 조심스러운 반면 국민의당은 자신 있는 표정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은 “호남은 대세가 정리됐다”면서 “광주 7곳, 전남 8곳, 전북 8곳이 각각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호남 지역구 28개 중 열세 지역은 5곳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더민주는 이를 반박한다. 이철희 종합상황실장은 “(더민주가) 20석 이상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컷오프된 이해찬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선거에 뛰어들었으나, 야권 분열로 인한 표분산으로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더민주의 불안감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일 전북에 이어 2일 광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은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호남을 방문하는 것.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종인 대표의 텃밭 사수에 대한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호남의 선거결과는 대선을 앞둔 야권 지형과 지도부 거취까지 영향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 ‘친노 좌장’ 이해찬의 운명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지만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로 더민주 세종시당 조직은 사실상 와해됐다. 주요 당직자들은 당무를 거부하고, 시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의원의 선대위에 대거 참여했다. 이에 맞서 더민주에선 충남 예산 출신의 문흥수 변호사를 전략공천했다.

양측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해찬 의원이 당의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김종인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면, 문흥수 변호사는 시당 조직 와해와 시의원들의 이해찬 선대위 참가를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중앙당의 조치를 촉구했다. 연대·단일화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흥수 후보는 “이해찬 의원과 후보 단일화는 절대 없다”며 끝까지 완주할 각오다.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적었던 대통령경호실 차장 출신의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가 반사이익 효과를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박종준 후보가 이해찬·문흥수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8일 동안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박종준 후보가 35.9%의 지지율로 이해찬(26.9%) 의원을 9.0%p 앞서고 있다. 문흥수 수보는 14.1%의 지지율을 얻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 김부겸 더민주 후보가 최근 지지율 50%를 돌파하며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에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뉴시스>
◇ 이정현-김부겸, 적지에서 살아올까?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김부겸 더민주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불린다. 각각 자당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호남(전남 순천)과 영남(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미 이정현 후보는 2년 전 7·30재보선에서 호남에 보수정당의 깃발을 꽂았다. 호남의 새로운 선거 역사를 쓴 셈이다. 하지만 재선 가도는 순탄치 않다. 순천시장을 두 번 지낸 노관규 더민주 후보에게 다소 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김부겸 후보의 상승세는 계속 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각각 4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한 그는 최근 지지율 50%를 돌파했다. 영남일보와 대구MBC가 지난달 28~29일 동안 지역 유권자 5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부겸 후보가 52.9%의 지지율로 김문수(34.6%) 새누리당 후보를 18.3%p 차이로 앞섰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3%p.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김부겸 후보는 ‘이번에야말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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