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떠나길 잘했어/박민정, 변다인 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늘이 맺어주지 않고서야 맺을 수 없는 부모자녀관계는 그 특별함만큼이나 설명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너무나 소중하고, 또 사랑하는 존재인 동시에 무한한 사랑을 오롯이 표현하고 전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 특별한 사랑은 오히려 투정이나 잔소리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쉽지 않다.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은 주로 관광이나 휴양이 일반적이고, 배낭여행은 홀로 또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와 나서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배낭여행은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함께 하기 쉽지 않다. 여행 도중 몇 차례 크게 다투거나, 심한 경우 갈라서게 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아무리 코드가 잘 맞는다하더라도 모든 시간을 붙어있다 보면 분명 생각의 차이가 생기고, 상대방의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집에 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애증’으로 이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단둘이서 세계여행에 나선 엄마와 딸이 있다. 그것도 ‘질풍노도의 시기’인 10대 딸과 중년에 접어든 40대 엄마가 말이다. 엄마 박민정, 딸 변다인 두 모녀의 좌충우돌 세계여행 이야기는 신간 <엄마 떠나길 잘했어>에 담겼다.

두 모녀의 과감한 결심은 어쩌면 모두가 한번쯤 맞닥뜨리는 평범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한참 꿈을 찾을 나이, 도저히 꿈을 찾기 힘들었던 딸은 엄마에게 “엄만 왜 살아?”라는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선뜻 답을 건넬 수 없었다. 마흔 줄에 접어들었지만, 그 질문 앞에 답이 없기는 17살 딸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그때 엄마가 내린 결정은 바로 모녀의 세계여행이었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딸에겐 꿈을 찾는 시간, 엄마에겐 꿈을 이루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대학 입시에 목을 매는 여느 가정에서는 좀처럼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그렇게 시작한 모녀의 세계여행은 순수하고 애틋하다. 물론 엄마와 딸은 여행 내내 다툼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딸과 안 된다며 다그치는 엄마. 엄마의 유난스러움과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딸. 그리고 늦은 밤 집에 오는 딸을 마중 나가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보며 안심하는 딸. 잠든 딸의 모습을 한없이 바라만보는 엄마와 문득 엄마의 나이든 모습에 마음한구석이 시려오는 딸. 대한민국 여느 모녀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일상적 모습들이 여행 내내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투닥거림 속에 녹아있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책을 읽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든다. 네모난 교실과 반복되는 일상에 머물렀다면 느끼기 힘들었을 감정과 시간이다. 특히, 대학 입시 앞에서 부모자녀 사이가 멀어지는 이 시대에 <엄마 떠나길 잘했어>는 작지만 큰 울림을 준다.

보통의 딸과 엄마가 떠난 특별한 세계여행 이야기를 <엄마 떠나길 잘했어>를 통해 살짝 엿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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