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 스파크와 기아차 모닝 사이에 ‘경차 전쟁’이 불붙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경차는 작고 귀여운 외관과 똑 부러지는 실용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경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 바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봄이다. 또한 따뜻한 봄날, 소박한 나들이 역시 경차와 예쁜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어느덧 봄기운이 만연한 요즘, 경차 시장에 난데없는 ‘전쟁’이 발발했다. ‘국가대표 경차’이자 경차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한국지엠 쉐보레 스파크와 기아자동차 모닝의 이야기다.

◇ 스파크의 번쩍이는 일격

지난해 새롭게 단장해 출시한 신형 스파크, 즉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는 지난 3월 깜짝 놀랄 실적을 기록했다. 3월 한 달 동안 무려 9,175대의 판매량을 올린 것이다. 스파크 역사상 월간 판매 신기록이다.

한국지엠이 지난 3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만6,868대다. 스파크는 이 중 약 2/3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지엠은 스파크의 맹활약에 힘입어 3월 월간판매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스파크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3월 기록이 더 경이롭다. 지난해 7월 출시한 신형 스파크는 이후 월간 판매 7,000대를 넘은 적조차 없었다. 출시 초기와 개소세 혜택 영향을 받은 지난해 12월에만 6,000대를 넘겼고, 주로 4,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즉, 스파크의 지난 3월 실적은 평소 월간 판매량보다 무려 2배나 많다.

더욱 놀라운 점은 스파크가 상용차를 제외한 3월 판매 순위에서 ‘전체 1위’까지 차지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아반떼(8,753대)와 쏘나타(7,053대)를 가뿐히 제쳤다.

스파크의 ‘경쟁자’인 기아차 모닝 역시 3월에 좋은 실적을 남겼다. 3월 판매량이 7,215대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각각 5,000여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스파크의 깜짝 활약에 요샛말로 ‘의문의 1패’를 당하고 말았다.

▲ 스파크와 모닝의 월간 판매량 추이 비교.
◇ ‘진짜 봄’ 4월에 찾아올 ‘진짜 승부’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스파크의 깜짝 실적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지난 3월 ‘쉐보레 5주년’을 기념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특히 스파크에 대한 혜택이 파격적이었다. 현금으로 구입 시 100만원 할인, 할부 구매시 50개월 1% 저이자 프로그램 등을 내세웠다. 스파크의 가격이 1,015만원~1,5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고, 주로 1,100~1,200만원대 모델의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할인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에도 판매량에서 밀린 데 이어 3월엔 ‘일격’까지 당한 기아차는 곧장 반격을 준비했다.

기아차는 4월, 아예 ‘모닝 스프링 세일즈 이벤트’를 들고 나왔다. 현금 구입 시 1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할부 시에는 70만원의 할인 혜택과 기간에 따라 1.5%~3.5%의 저금리를 제공한다. 또한 ‘김치냉장고’를 경품으로 내세워 쏠쏠한 효과를 봤던 기아차는 이번엔 ‘무풍에어컨’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울러 할부를 이용해 모닝을 구입한 고객이 할부 종료 후 1년 이내에 기아차를 구매하면 100만원을 돌려주는 ‘모닝 캐쉬백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잘 활용하면 최대 20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이벤트다.

이처럼 반격을 노리는 기아차의 기세가 매서운 가운데, 한국지엠 역시 물러섬이 없다. 3월에 확실한 효과를 본 각종 혜택을 4월에도 그대로 유지한다. 기아차 모닝과 한국지엠 스파크의 진검승부가 따스한 봄기운 가득한 4월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모닝과 스파크의 한바탕 ‘전쟁’은 좋지 않은 경제상황으로 고민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봄꽃 개화 소식만큼이나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작 두 회사의 속사정은 다르다. 과열경쟁이 자칫 양쪽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내수점유율 두 자릿수를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지엠은 ‘에이스’ 스파크의 활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한 스파크는 초반 기세가 다소 일찍 꺾이며 이후 다소 아쉬운 실적을 남기고 있었다. 신형 모델임에도 좀처럼 모닝의 월간 판매 기록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한국지엠이 비수기 직후 발 빠르게 스파크 혜택을 준비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반면 기아차는 당초 여유 있는 입장이었다. 모닝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신형 모닝을 출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두 달 연속 밀리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선전포고에 맞서 반격의 칼을 집어든 이유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경차 시장에서 이처럼 경쟁적인 할인 공세가 펼쳐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근 현대·기아차의 아성에 도전하는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의 기세가 매서운데, 이 역시 이런 기류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