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투어 본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꼬인다, 꼬여…”

‘면세점 사업 진출’로 제 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국내 최대 여행업체 하나투어의 스텝이 첫발부터 꼬이고 있다. 경쟁 심화로 면세점 사업의 난항이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갑질 상장사’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최근 자사의 면세점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가 증권업계의 집단 반발을 산 상태다.

관광수요가 급증하는 봄 시즌을 본격 맞이하면서 여행업계에도 따듯한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최대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의 주가는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하나투어는 지난해 7월 9개 중견기업들과 손잡고 합작법인 SM면세점을 세워 ‘중소기업 몫’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면세점 진출 호재로 하나투어의 주가는 당시 급등세를 보였다. 발표 직전 13만원대였던 주가는 발표 후 7거래일 만에 18만7,500원까지 치솟았다.

◇ 면세점 사업성 우려에 주가 부진 '흐름세'

하지만 이후부터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 등의 바이러스 악재에 이어 해외 테러 사건까지 연달아 발생하면서 여행주들이 급격히 타격을 받은 데다, 기대를 모았던 면세점 사업마저 부진한 전망이 잇따른 탓이다. 지난해 7월 22일 종가 (18만7,500원) 대비 현재 주가는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8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하나투어는 8만7,400원으로 거래를 마친 바 있다. 

하나투어는 중소기업 브랜드와 한류 문화 컨텐츠, 관광 인프라를 결합한 차별화된 면세점을 표방하며 지난 2월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본사에 SM면세점 서울점을 프리 오픈했다. 규모는 지하 1층~지상 6층에 약 1만㎡(3,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하지만 SM면세점은 사업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완전 개장 시기가 지연된 데다 향후 수익성 전망도 썩 밝지 못한 분위기다. 하나투어 SM면세점은 현재 완전 오픈을 하지 않은 90%만 가오픈 상태로 영업 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사업자 증가로 경쟁이 심화된 면세점 시장에서 유통 경험이 없는 하나투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 수익원으로 볼 수 있는 대형 명품 브랜드 매장도 확보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점차 증권업계에도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리포트들이 쏟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투어는 ‘갑질 논란’에 까지 휘말리면서 투자업계의 눈총을 샀다. 자사의 면세점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에게 거세게 항의하면서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가 논란이 된 것. 

◇ 목표주가 대폭 하향 조정한 애널리스트에 갑질 논란

지난달 30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내리면서 향후 하나투어의 면세점 사업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해당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신규사업인 면세점 사업이 전체 실적 증가에 기여하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올해 목표로 제시한 연간 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 180억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SM면세점(서울)에 대한 올해 영업 이익추정치를 110억원 이익에서 50억원 손실로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IR팀 담당자는 분석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 탐방을 못 오게 하겠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집단 반발을 일으켰다. 지난 7일 증권사 32곳의 리서치 센터장들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해당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금융투자협회 측도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이날 오후 김준호 금투협 자율규제위원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누구나 증권사 리포트에 대해 반론과 비판은 내놓을 수 있지만 애널리스트 방문을 거절하는 식으로 대처한 것은 세련되지 못한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논쟁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일부 말이 와전된 것 같다”며 “기업 탐방을 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또한 해당 애널리스트와는 만나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향후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선 “지금은 초기 단계기 때문에 사업성을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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