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와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성남 중원에서 경합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성남=소미연 기자] 성남시는 야권 성향이 강한 곳이다. 1970년대 서울 청계천 개발에 따라 사실상 강제 이주된 사람들이 설움으로 뿌리를 내린 지역이다. 당시 기초 작업도 없이 무조건적인 이주를 진행하면서 주거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최악에 가깝다. 빽빽하게 들어선 집과 좁은 골목, 경사진 언덕만큼 이주민들의 삶은 고됐다. 이에 따라 시에선 도시재생사업을 3단계에 걸쳐 추진하고 있으나, 지역 내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하지만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를 향한 지역민들의 평가는 달랐다. 금배지를 달게 된 2005년 4·30재보선 이전부터 성남의 노동자로, 시민운동가로, 동네 작은 의원 원장으로 함께 호흡해 왔던 것. 지역에서 신망이 높아 그의 4선 달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으나,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로 필리버스터로 주목을 받았던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 신상진 “4선 여당 중진의 힘 필요… 초짜로는 어림없다”

▲ 신상진 후보는 “산적한 성남의 일을 초짜로는 어림없다”면서 “잃어버린 3년을 되찾고, 성남을 바꾸기 위해선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신상진 후보 블로그>
신상진 후보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필리버스터 효과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야권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야권 텃밭으로 불리는 성남 중원에서 3선까지 오를 만큼 ‘인물론’을 자신했지만, ‘바람’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 그는 19대 총선에서도 ‘바람’에 쓰러졌다. 당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통합진보당 김미희 후보에게 654표 차이로 석패한 것. 3년 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다시 치러진 4·29재보선에서 당선된 신상진 후보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늘 다짐해왔다.

신상진 후보의 다짐은 지난 8개월 동안의 의정활동에서도 나타났다. 그 기간 동안 대표발의한 법안만 19건이다. 이중 7건은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국회 복귀 직후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대책 마련에 앞장섰다. 때문에 신상진 후보의 측근은 “지난해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휴일 없이 일했다”면서 “(신상진 후보는) 일벌레다. 지역 내에서도 일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진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상진 후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횟수로 3번 당선됐지만 지역을 위해 뛴 기간이 8년에 불과하다는 것. 19대 국회에 3년 뒤늦게 합류한 것이 뼈아팠다. 때문에 그는 “산적한 성남의 일을 초짜로는 어림없다”면서 “잃어버린 3년을 되찾고, 성남을 바꾸기 위해선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4선 반열에 오르는 신상진 후보는 10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4선이 되면 지역과 나라 발전을 위한 현안들을 힘 있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우리 지역구의 최대 현안인 지하철 유치에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밝혔다.

신상진 후보의 대표적 공약은 ‘신사-위례선 지하철 연장선’이다. 위례신도시에서 은행시장역, 신대구역, 공단역, 상대원역, 하대원역, 도촌역을 차례로 거쳐 광주·용인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측근은 신상진 후보가 지난해 12월 초 지하철 연장지역의 김을동(송파위례)·노철래(광주)·이우현(용인) 새누리당 의원,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해당 노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귀띔했다. 

신상진 후보는 성남 발전이 곧 자신의 발전이라고 믿었다. 1984년 성남 상대원 2동 반지하 셋방살이를 시작한 이래 33년 동안 성남을 떠난 적이 없다. (주)동양특수기공 생산직 노동자로 인금 인상 투쟁을 하고, 모란시장에서 참기름 장사를 하던 그는 노동운동으로 제적된 서울대 의대를 14년 만에 졸업한 뒤에도 성남에 남았다. 상대원시장에 작은 의원을 개원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 또는 외상진료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두 딸이 나고 자랐다. 제2의 고향이라고 여겼던 성남이 두 딸에겐 진짜 고향이 된 셈. 신상진 의원에게 성남의 발전은 미래세대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자 책임이었다.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10여년을 싸워 성남의 재개발을 이끌어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은행동 28평짜리 주공아파트에서 24년째 살고 있다. 평소에도 지역구 사정을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손에는 항상 수첩이 쥐어져 있다.

◇ 은수미 “지역민 현혹시켜선 안 돼… 성남 변화 자신”

▲ 은수미 후보는 “지역에서 오래 산 것과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지역민들을 향한 ‘간절함’과 ‘자신감’의 내세워 ‘진짜 정치인’을 강조했다. <사진=은수미 후보 블로그>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신상진 후보의 33년이란 세월 앞에서도 당당했다. “지역에서 오래 산 것과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그는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며 보여준 노동·경제·일자리 전문성과 식견을 내세워 “누가 진짜 성남 중원을 바꿀 수 있겠는가” 반문한다. 앞서 은수미 후보는 지난 4년간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에서 서민과 노동자들을 대변, 국감 우수의원으로 이름이 빠지지 않을 만큼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덕분에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응원도 줄을 이었다.

특히 필리버스터 효과는 지역 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은수미 후보는 정부여당의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2월24일 본회의 단상에 올라 10시간18분이라는 연설 기록을 남겼다. 지역민들과 이웃으로 지낸 시간이 1년에 불과했지만, 필리버스터로 ‘스타’가 된 그는 인지도 상승과 함께 2030세대들의 열혈한 지지를 얻었다. 이와 관련, 은수미 후보의 측근은 “전국적 인지도와 달리 지역 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면서도 “지지율 상승세에 있다. 표의 확장성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수미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진짜 정치인’이다. 지역민들을 향한 ‘간절함’과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측근은 “잘못된 정보 전달로 지역민들을 현혹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상진 후보가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신사-위례선 지하철 연장선’이 일례다. 지난 2월 국토교통연구원에서 공개한 사업타당성 결과에서 해당 지역의 연장선은 언급조차 없었다는 것. 이는 결국 신상진 후보가 제시한 노선은 물론 성남시의 원안도 사업타당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은수미 후보는 신상진 후보의 노선이 광주·용인까지 연결되는 광역철도망인 만큼 국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판단했다. 또 지하철 8호선이 다니고 있는 하대원동까지 무리하게 방향을 틀면서 사업타당성은 더욱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도 더해졌다. 이에 대해 측근은 “지하철 이용자가 적으면 결국 시민 혈세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초 지하철 연장의 목적인 상대원동(공단역) 발전에 집중해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수미 후보는 성남시의 원안 지속 추진을 공약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미치는 영향력도 은수미 후보에겐 긍정적으로 작용됐다. “성남시에서 여당은 더민주”라는 인식이 지역 내에 파다하다. 다만 정환석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상진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지지율이 앞서가고 있는 모습이지만, 은수미 후보와 정환석 후보의 지지층이 합심한다면 신상진 후보의 지지율을 앞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이미 시기도 놓친 데다 차기를 생각할 때 정환석 후보 또한 완주는 필수다. 정환석 후보는 이번 총선을 “친박과 친문, 국민의당의 대결”로 규정하고 “국민의 편이 되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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