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하게, 여행중독/문상건 저/더블엔/284쪽/1만4,000원/2016년 2월 14일 출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행은 참 좋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한다. 그것이 패키지 관광여행이든, 화려한 도시로의 여행이든, 편안한 휴양이든, 신나는 캠핑이든, 고된 배낭여행이든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매력이 넘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여행을 막상 실행에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과 돈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여행지와 여행방식, 그리고 함께할 사람까지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각박한 일상에서 그런 여유를 찾기가 참 쉽지 않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이런 제약들로 인해 포기하는 일이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소소하게, 여행중독>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 금융업계에 종사하며 남부럽지 않은 벌이와 자리를 갖고 있던 저자는 늘 떠나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문득문득 일상 속에서 찾아오는 충동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대부분 일상에 머물렀다. 관성을 깨뜨릴 진짜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그의 회상이다.

하지만 여행을 참는 것은 결코 그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았다. 생활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더 나아지고 있었지만 행복을 느낄 순 없었다. 그때 ‘진짜 고민’이 그를 찾아왔다. 결혼은 어떻게 할지, 집은 어떻게 장만할지 등 우리 시대 청춘들의 ‘공통된 고민’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잘 살까가 아니라, 도대체 잘 사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스물아홉이라는 ‘중요한’ 나이에 사표라는 결단을 내린다. 물론 이때가지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건 아니었다. 조금은 여유로운 다른 직장을 구했고, 조금씩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늘려갔다. 그런 시간 끝에 내린 결론은 여행을 떠나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두 번째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그는 서류가방을 든 직장인이 아닌,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로 완전히 다른 삶을 맞이한다. 6개월에 걸쳐 인도, 파키스탄,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태국의 곳곳을 누볐다. 그 속에서 그는 사회라는 틀에 맞춰진 자신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소소하게, 여행중독>엔 그 6개월의 여정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저자가 느낀 감정 및 생각이 담겼다. 여행의 정보나 스펙터클한 모험담보다는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다.

지금도 도심의 빌딩 숲에 갇혀 새로운 삶을 그저 꿈만 꾸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생기 넘치는 봄날, <소소하게, 여행중독>을 통해 그 길을 먼저 걸어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위로와 용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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