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이후 야권의 호남 민심잡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호남 방문에 이어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호남을 찾을 계획이다.<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호남’이 화두다. 20대 총선에서 ‘호남 민심’은 그 자체로 변수였다. 이번 총선이 2017년 대선의 예고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야권의 대권주자에게 호남의 지지는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호남의 선택으로 차기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때문. 앞으로 호남 민심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원내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의 상승세가 꺾일 수도, 국민의당의 ‘녹색바람’이 사그라질 수도 있다.

17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맞붙어 열린우리당이 원내 1당이 되면서 호남의 대표 간판정당이 바뀐 이후 12년 만에 호남의 제1당 간판이 또 바뀌었다. 승기는 일단 국민의당이 잡았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 대표는 총선 결과를 받아든 직후 호남을 방문해 민심 ‘굳히기’에 나섰다. 오래된 ‘텃밭’을 잃은 더민주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 호남 방문을 계획 중이다. 야권의 호남 주도권 경쟁은 2차전에 접어들었다. 대선 정국을 풀어나갈 야권의 셈법이 고차방정식처럼 얽히게 됐다.

◇안철수, ‘호남 주도권’ 재확인… ‘굳히기’

총선이 치러진 지 나흘 만에 국민의당 지도부는 다시 호남을 찾았다. 선거 이후 첫 지방 일정이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주승용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장병완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17일 광주와 전주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광주·전남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정권교체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안 대표는 “(국민은) 국민의당을 정권교체의 도구로 선택한 것”이라며 “모든 합리적·개혁적 세력을 모아 2017년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호남이 원하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정당투표에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의당은 정당득표율에서 더민주를 누르고 2위를 기록했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심이 반영되는 것이 정당투표”라며 “국민의당은 정당투표에서 제1야당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선 1등인 새누리당과 (정당득표율에서) 거의 차이가 없고 더민주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며 “그게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호남의 선택을 받은 것은 ‘제1야당 심판’을 위한 반작용 덕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남의 ‘만년 여당’이었던 더민주의 잘못을 꾸짖기 위해 ‘국민의당’이라는 수단을 선택했다는 거다.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중 23석을 얻고도 호남 민심에 방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종인, 이번 주 호남 방문 예정… ‘맞불’

이번 총선에서 호남을 잃고 ‘절반의 승리’를 거둔 더민주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더민주가 새누리당을 한 석 차이로 누르고 원내1당이 됐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 ‘호남 참패’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호남 방문을 이어가던 시각, 김종인 대표는 2기 비상대책위원 명단에서 호남 몫을 늘렸다. 전남의 이개호 당선자에 이어 전북의 이춘석 당선자가 비대위원으로 추가 임명되면서 호남 출신 비대위원은 2명이 됐다. 당내에선 김 대표와 신임 비대위원들이 이번 주 호남을 방문해 ‘낙선 인사’를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낙선 인사’의 형식이지만 실제론 민심 수습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후 열린 첫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도 ‘호남 민심’이 주 화두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8일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는 호남을 전부 잃다시피 했다”며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국민들은 우리 당에게 월계관을 씌워준 동시에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에 정성을 쏟을수록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호남 딜레마’도 고민의 한 축이다. 호남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더민주의 시도가 ‘전국 정당’ 이미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더민주가 영남권에서 야당 돌풍을 일으켰던 만큼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에겐 호남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호남의 지지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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